프랍·퀀트출신 '용대리' 헤지펀드 도전장…"절대수익 승부수"

브로스운용, 내달 1호 펀드 '형제(Bros)' 출시

입력 : 2016-07-18 오후 1:36:36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서 절대수익에 대한 투자갈증이 커지는 난세에 헤지펀드가 속속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유리해지면서 올해도 각종 기록을 새로 썼다. 양호한 성과가 부각되며 지난달 전체 헤지펀드 규모는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011년 출범 첫해(약 2000억원)의 25배를 웃도는 규모다. 그중에서도 신생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펀드를 포진한 대부분의 펀드가 신생 헤지펀드라는 게 상징적이다. 부진한 성과로 청산이 잇따르는 1세대 헤지펀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세대 헤지펀드 경험을 바탕으로 취약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장에 도전장을 낸 헤지펀드 전문운용사가 등장해 주목된다. <뉴스토마토>는 18일 권혁찬·조용석 브로스자산운용 공동대표를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독 헤지펀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권혁찬(38)·조용석(40) 브로스자산운용 공동대표는 내달 1호 헤지펀드 '형제(Bros)' 공개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구성원 모두가 형제 사이와도 같은 인연을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지은 회사명은 첫 헤지펀드에 그대로 이름했다. 실제 이날 합류한 안성민(37) 부사장과 투자 조력자이자 주주(지분율 45.42%)로 있는 또 다른 파트너도 역시 형제 같은 친구며 전 직장 동료다.
 
첫 펀드(1호 형제)가 담을 초기 운용자금은 최대 500억원으로 잡았다. 종잣돈 100억원에 초기 수탁고 230억원으로 시작해 두배 가량 늘리겠다는 얘기다. 최소 가입금액은 3억원으로 정했다. 핵심지표는 '전략 다양화'와 '변동성 축소'. 절대수익을 우선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답게 시장 변동성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다변화한 전략에 최대한 분산 투자한다는 목표다. 롱숏 전략(상승 예상 종목을 매수하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과 이벤트 드리븐(인수합병 등 대형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노린 투자전략), 글로벌 매크로, 선물·옵션, 밸류 디스트레스트, 퀀트 등이 해당된다. 1호 펀드 목표수익은 10%다. 하반기 중 설정할 2호 헤지펀드는 1호보다 변동성을 높여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브로스운용은 앞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를 시작으로 하나금융투자·한화투자증권 프랍트레이더를 거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헤지펀드를 운용해 온 권혁찬 대표가 조용석 포엠자산운용 대표와 지난해 12월 차린 회사다. 권 대표는 국내 이벤트드리븐 1호 펀드를 운용하며 주식운용 경쟁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국내 시스템트레이딩 부문 업계 선두로 알려진 에이스투자자문(현 에이스투자금융)에서 7년간 3000억원의 기관자금을 단독 운용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권 대표와 10년 가까이 회사이력을 같이 한 안성민 부사장 또한 중소형주식 운용에 특화된 프랍트레이더다. '용대리'(공격적 성향의 용감한 대리·과장급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들의 창업에 시장이 주목한 건 오직 수익을 내는 것에 집중하는 프랍트레이더와 반대로 변동성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거는 시스템트레이딩 고수가 환상의 콤비를 이뤘기 때문이다. 
 
권 대표와 안 부사장은 지난 2년 신한BNPP운용에서의 헤지펀드 운용경험을 통한 절대수익 실현 과정을 봐줄 것을 당부했다. 실제 이들이 운용한 펀드의 이력을 살펴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28개월 누적 수익률은 13.94%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0.88% 빠진 점과 대조적인 결과를 냈다. 같은 기간 손실월은 11개월로 우수한 손익비를 보였고 코스피 절반에 못 미치는 낮은 변동성(6%)을 기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했다. 여기에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는 조 대표의 차별화된 퀀트 전략이 가미되면 수익률은 상당부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 대표의 이전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스템트레이딩 운용성과는 누적 수익률 11.8%, 변동성 2.78%로 코스피와의 직접 연관성도 -0.04 수준으로 낮았다.
 
비용구조를 슬림화해 멀리 내다보며 간다는 목표다. 수천억원대 수탁고 목표는 애초에 갖지 않을 생각이다.
 
"스타트업으로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진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비용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도 회사의 '어떤 상황에도 얽매이지 않고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운용철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브로스운용 직원들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출퇴근 시간이 똑같아야 할 당위성은 없다고 보고 사무실 근무시간도 정하지 않았다. 회의나 보고체계 등 기존 회사가 가지고 있는 형식은 모두 파괴했다. 사무실도 독특하다. 11층 문이 열리자마자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실처럼 트인 공간에는 까페와 트레이딩룸이 같이 있다. 한쪽에 책상이 가지런히 있고 그 위엔 모니터가 가득하다. 임원실을 두는 대신 까페 분위기의 공간을 꾸며 휴식을 극대화할 수 있게 했다. 책읽기를 장려해 창의성을 높이고 가능한 모든 복지를 동원해 직원 만족도를 향상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회사는 신생 스타트업이 가진 젊음, 패기와 동시에 경험을 보유한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라는 점을 승부수로 뒀다고 말한다.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등록을 마친 브로스자산운용이 8월 첫 헤지펀드 '형제(Bros)' 출범을 앞두고 있다. 권혁찬(사진 왼쪽)·조용석(오른쪽) 브로스운용 공동대표와 안성민 부사장(가운데)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독 헤지펀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사진/차현정기자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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