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포켓몬고' 열풍 불러온 '증강현실'…IT플랫폼 지형 바꾼다

2020년 900억달러 시장 열려…MS '홀로렌즈'·구글 '탱고' 등 기술개발 활발

입력 : 2016-07-18 오후 12:00:00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진화해 온 디지털 플랫폼이 또 한번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의 제4의 물결'이다. 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융합현실(MR·Mixed Reality)이다. 변화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생소하게 느껴지던 증강현실은 '포켓몬고(GO)'라는 메가히트 게임을 통해 어느새 친숙해졌다. 360도 영상과 이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저가형 VR 기기의 보급을 통해 가상현실도 성큼 다가왔다. 지난 12개월동안 관련 기업에 들어간 투자금액만 20억달러에 달하는 등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플랫폼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GO)'가 그야말로 돌풍이다. 구글이 지난 2014년 만우절 장난으로 '포켓몬 챌린지'를 선보인지 2년 만에 구글 사내벤처 출신 기업인 나이앤틱이 진짜 포켓몬 게임을 내놨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실 세계를 비추면 그 위에 나타나는 가상의 포켓몬을 잡는 게임인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확실히 알렸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뉴시스·AP
 
포켓몬고의 성공을 바탕으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융합현실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실제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포켓몬고 이전 증강현실을 활용했던 대표적인 기기로는 '구글글래스'가 있다. 구글글래스는 안경 모양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사용자의 시선에 맞춰 가상의 창을 띄워 메시지 확인이나 길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카메라 속 인물의 얼굴을 인식해 강아지 같은 눈을 만들어주거나 입에서 무지개가 쏟아지도록 한 스냅챗 필터도 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가상현실은 현실과는 차단된 가상세계로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디바이스(HMD)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삼성의 기어VR이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오큘러스VR, 두꺼운 종이로 만든 체험용 기기인 구글 카드보드 등이 대표적인 가상현실 기기다. 융합현실은 현실세계를 반영한 가상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한 데 섞은 것으로 현실을 일부 반영해 가상현실의 이질감을 완화하면서 증강현실의 낮은 몰입도를 보완할 수 있다. 현재 융합현실에 대한 정의는 업계 내에서도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융합현실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AR, 2020년 900억달러 시장…VR보다 세배 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은 지난 2분기 발표한 'AR·VR 리포트'를 통해 오는 2020년이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모두 12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강현실이 900억달러, 가상현실이 300억달러 규모의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는 가상현실이 기술적 측면이나 콘텐츠 측면에서 앞서고 있지만 조만간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디지캐피탈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산업 규모가 역전되는 시기를 오는 2019년으로 예상했다. 다르게 말하면 증강현실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강현실의 세부 분야를 살펴보면 하드웨어 부분이 전체 900억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서 커머스, 데이터, 음성, 비디오, 기업용 등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이 182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 흡수율이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하드웨어 시장이 1100억달러, 소프트웨어 시장이 72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에도 적용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차기 플랫폼으로써 가지는 경쟁력은 넓은 확장성에 있다. 실제 세계를 차단하지 않는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더 폭넓은 적용성과 확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가상현실의 세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 같은 점을 바탕으로 한다. 디지캐피탈은 "가상현실은 엔터테인먼트에 앱이 더해진 형태라면 증강현실은 앱에 엔터테인먼트가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은 기본적으로 게임이나 영상 같은 엔터 시장을 주축으로 하는데 반해 증강현실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비디오게임이나 실시간 중계, 영상 같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을 제외한다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전자상거래, 부동산, 교육, 헬스케어, 엔지니어링, 군사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전체 시장 중 이같은 비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기는 의사들의 업무를 돕는 보조기구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 구글글래스가 일부 병원에서 시범 사용됐을 때 CT나 MRI 사진을 보여주고 환자 상태가 담긴 바코드를 스캔하는 기능 등이 활용된 바 있다. 환자의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고소공포증 등이 있는 환자를 잘 조작된 가상환경에 노출시키면 심리적 불안요소 등을 제거하거나 치료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이 보다 정교하게 발전한다면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가 긴 시간을 대기할 필요 없이 원격으로 정밀한 진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순간이동을 현실로
 
증강현실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및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화제성 면에서는 나이앤틱의 포켓몬고가 단연 앞서지만 기술적 측면을 보자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월 HMD 형태인 '홀로렌즈'의 개발자 버전을 대당 3000달러에 공개했다. 이용자는 기기 전면에 부착된 유리를 통해 실제 세계와 가상 이미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홀로렌즈의 가장 큰 특징은 3차원(3D)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정 공간을 둘러싸도록 카메라를 설치하면 그 곳에 있는 인물이나 사물을 3D로 인식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상대방에게 입체 홀로그램으로 전송할 수 있다. 순간이동을 현실로 구현한 셈이다. 홀로그램 영상을 녹화하고 크기를 키우거나 줄여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크기로 영상을 감상할 경우 감상자는 실제 사건이나 공간을 체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를 통해 현실과 정교하게 융합된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며 홀로렌즈는 증강현실이 아닌 융합현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동차 브랜드 볼보와 협력해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색상 및 옵션을 체험해볼 수 있는 가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측량·건축 전문기업인 트림블네비게이션과도 협력하며 홀로렌즈를 이용한 3D 빌딩 모델링과 스카이프로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다. 
 
'탱고폰' 선보인 구글, '구글글래스' 부활도 노려
 
구글은 증강현실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하도록 하는 기술인 '프로젝트 탱고'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에 달린 3차원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통해 실제 이미지를 찍고 스크린에 가상 이미지와 합성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달 레노버와 함께 개발한 탱고가 적용된 스마트폰인 '팹 2 프로'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달 구글과 레노버가 증강현실 기술 '탱고'가 적용된 스마트폰 '팹2'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조니 리 구글 탱고 엔지니어링 디럭터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빈 공간에 의자를 가상으로 배치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구글글래스 부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중으로 새로운 버전의 구글글래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3년 공개됐던 구글글래스는 사생활침해 등의 문제로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증강현실로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앱을 선보였으며, 록히드마틴이나 에어버스 등도 제조 과정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증강현실의 기술 수준은 가상현실에 비해 24개월 이상 뒤쳐져 있다는 평가다. 매끄러운 증강현실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적 환경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도 이를 구동할 기기는 있지만 기술력의 한계 등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과거 PC나 스마트폰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듯이 증강현실 기기 가격도 매년 5~10%씩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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