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약관'에 이 정도 기를 내뿜은 선수가 또 있었는가 싶다. 황희찬(20·레드불 잘츠부르크)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서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 핵심으로 우뚝 서며 본선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황희찬은 3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파카엠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해 2도움을 올리며 팀의 3-2 승리에 이바지했다. 골은 없었지만,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애늙은이' 같은 완숙한 기량이 압권이었다. 유럽의 강호를 상대하면서도 주눅이 드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재기 넘치는 드리블로 상대의 혼을 빼놓는 등 대표팀 공격력 시발점이 됐다.
1996년생인 황희찬은 1993년생 이하가 출전하는 이번 대표팀에서 막내다. 와일드카드(1993년생 초과 선수)로 뽑힌 석현준(25·FC 포르투)과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보다는 더 어리다. 황희찬이 활약하면서 이번 평가전에 뛰지 않은 두 와일드카드의 공격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황희찬은 시종일관 감각적인 터치는 물론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석현준과 치열한 원톱 경쟁을 예고했다. 현재로썬 와일드카드인 석현준의 선발 출격이 유력하지만, 황희찬 역시 현재 활약이라면 후반 조커가 아닌 측면으로 포지션을 옮겨서라도 대표팀 공격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첫 올림픽이었던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2012 런던 올림픽까지 매 순간 황희찬처럼 형들 틈바구니에서 실력 하나로 '월반한' 막내 공격수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대표팀도 웃고 울었다.
시드니 올림픽에 나섰던 이천수(35)는 당시 한국 축구 최고의 '크랙'으로 불리며 형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단 두 경기에 희비가 엇갈렸다. 모로코전에서 직접 페널티킥을 차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다음 경기였던 칠레전에선 상대 선수의 목을 걷어차며 퇴장당했다. 이천수의 퇴장과 함께 수적 열세에 놓인 한국은 이 경기를 잡았으나 골 득실 차이로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막내로 나섰던 최성국(33)은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대회를 마쳤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뛴 조영철(27·상주 상무)도 후반 조커로 주로 출격해 출전 시간을 배정받았지만, 눈에 띄는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막내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던 건 최근 대회인 런던 올림픽에서였다. 21살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은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는 등 6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현재 황희찬은 이전 월반한 선배들의 장점만을 흡수하며 최고의 자리를 노린다. 등장 자체가 큰 화두였던 이천수만큼의 '해결사' 면모를 갖춘 것은 물론 4년 전 지동원처럼 유럽 리그에 소속돼 풍부한 경험을 안고 올림픽을 뛸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전엔 볼 수 없던 '불도저 스타일'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황희찬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4일 열린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 장면. 사진/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