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 자체적인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해 조세부담 여력이 있는 고소득 법인·개인의 부담율을 높이고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세제 지원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평한 과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세수 효과도 높이겠다는 의도다.
더민주는 현재와 같은 조세부담률(국민총생산에 대한 조세총액 비율)로는 적자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조세부담률은 감세정책 시행 이전인 지난 2007년 19.6%를 시작으로 계속 하락해 2014년에는 18.0%까지 내려갔다. 중앙·지방정부가 지고 있는 국가채무액이 지난 2월 6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현재 수준의 조세부담률이 지속될 경우 국가의 부채가 쌓이고 향후 더 큰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민주의 주장이다.
최운열 의원은 “정부·여당이 증세에 반대하는 명분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 한 마디에 연간 국가채무가 30조·50조원씩 늘고 있다”며 “정부가 지출해놓고 부담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 부분에 대해 진솔하게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개정안에는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의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당시 22%로 하향된 것을 25%로 원상 회복하고 과표 5000억원 초과기업의 최저한세율(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현행 17%에서 19%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모든 법인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높은 이익을 내는 회사가 이 정도 부담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소득 개인에 대해서도 과표 5억원 초과자에 대해 41%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신설했다.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자 1668만명 중 해당 구간 적용을 받는 것은 7300여명 정도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족회사 성격의 법인을 설립해 탈세 의혹을 받는 것이 일부 고위층의 탈세수법이라는 지적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주주가 본인 또는 가족·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된 법인이 극소수 인원만을 고용해 실제로는 부동산 임대·자산소득 절감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법인세에서 15%포인트를 추가 과세토록 했다.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체납비율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유흥주점 업종 부가세를 신용카드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고,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세제혜택을 받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들을 대상으로는 세부담을 낮춰 가처분소득 수준을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계층간 교육기회 격차 완화를 위해 저소득층 대상 대학등록금에 대한 세액공제·환급 제도를 도입하고 저소득층의 근로의욕 고취와 생계수준 상향을 위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단독가구의 경우 1300만원에서 1700만원으로, 홑벌이의 경우 21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높였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 한도를 현행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 대상 법인세 세액공제 제도 도입과 월세 지출금액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방침도 나타냈다.
더민주는 이 개정안을 정부·여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각당 대표들은 우리사회 격차와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며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조세부담율을 높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우리 당에서 제시했다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날 제시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의 국회 내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더민주는 이날 정부의 원칙없는 세제개편을 지적하기도 했다. 담뱃세 인상을 예로 든 변 의장은 “정부의 말대로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담뱃세를 인상했다면 흡연률 관리 계획도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주로 서민들이 피는 담배에 대해 세금을 높이는 것을 본 시민들이 현 정부의 조세정책에 저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상반기 담배 반출량(17억9000만갑)으로 추정한 세수는 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56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담배 판매량이 40억갑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정 담배 세수는 13조원에 이른다. 변 의장은 “정부는 담뱃세에 대한 입장을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며 “담뱃세 같은 손쉬운 서민증세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부자감세 철회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일 국회에서 자체 마련한 세법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