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선거에서 진다면 비주류의 패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했지만, 당은 여러 입장의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불을 당기고 피워나가는 역할이 저에게는 영광스러운 자리다.”(오전 7시 라디오 방송)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9시40분, 당대표실 앞)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이종걸 의원이 불과 세시간 남짓한 사이에 내놓은 발언들은 차이가 컸다. 후보 등록 시한을 불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결정을 머뭇거리는 모습을 두고 신중함이 아니라 우유부단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의원은 27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마를 위해) 잠시 후 비상대책위원에서 사퇴하겠다”, “도와주고 지지해 저를 보내줄 분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는 등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2시간 후 열린 더민주 비대위 회의 뒤 상황은 바뀌었다. 이 의원은 대표실을 나오며 “라디오에서 출마한다고 분명히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른 소리를 했다. 비대위원 사퇴에 대해서도 “김종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대해 김 대표는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라’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역학구도를 고려했을 때 출마해도 승산이 없다며 불출마할 것을 권유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내가 사표 안받는다고 했다. 사표를 못내면 (대표 경선에) 못나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트위터를 통해 ‘그년’이라고 지칭한 것을 해명하거나, 최경환·정종섭 의원이 장관 시절 공개적으로 새누리당 지지 발언을 한데 대해 탄핵 주장을 내놓는 과정에서 이후 말을 바꾸며 구설수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이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당대표 출마는 자신의 정치행로를 걸고 하는 것인데 말까지 해놓고는 누가 말렸다고 또 고민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른 후보들은 총선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해온 판에 이 의원은 막판까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런 분을 당원들이 대표로 뽑을 수 있겠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 당대표 후보 등록 마감시한은 28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회의실을 나서며 취재진들로부터 당대표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