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잇따른 정책 변화에 면세점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에 신규 시내면세점 운영 특허를 내준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4곳의 면세점을 추가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지침에 반발하던 신규 면세점 업계가 이번에는 판매수량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듣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축소와 무역보복 등에 대한 후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라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관세청이 일부 보따리상들의 사재기 행위를 막기 위해 1인당 시계, 화장품, 향수 구매수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화장품과 향수의 경우 브랜드별 1인당 50개까지, 가방과 시계는 합산해 각각 10개까지 구매가 제한된다.
관세청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적된 중국 보따리상들의 면세점 제품 사재기 방지를 위한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보따리상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세금없이 물건을 대량 구매한 후 중국에서 불법 재판매를 통해 큰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물품 중 화장품 등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국산품은 공항에서 인도받지 않고 시내점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구매 후 국내 사업자들이 넘겨받아 차익을 챙기는 편법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사재기나 편법 구매를 막겠다는 정부 방침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다. 면세점은 4곳이나 늘리겠다면서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으로 꼽히는 화장품 판매갯수를 제한하는 것은 업계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마스크팩은 1장에 3000원 내외에 불과한데, 이번 지침대로라면 마스크팩만 50개 구매해도 더 이상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며 "마스크팩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번 방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산업은 사실상 수출산업이나 다름없는데, 이번 규제로 인한 역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보다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 특허 4개 추가 방침에 따라 아직 시장에 자리잡지 못한 신규면세점과 지방의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불만이 가장 높다. 어렵게 모셔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번 규제로 지갑을 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규면세점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특허 추가 발급에 이어 판매수량 제한까지 적용된다면 업계가 공멸할 우려가 크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마스크팩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