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국회로까지 번지는 등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이우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8일 공동으로 '공간정보 국외 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학계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했을 때의 문제점을 짚고, 이해 당사자인 구글과 네이버의 불꽃튀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AP=뉴시스
이날 토론회에선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공간정보 활용을 통한 혁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모바일 시대에는 위치 정보와 지도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가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된다. 정부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불허하면 이런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반출을 허용하면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이 확대돼 사용자 편의가 증진되고, 개발자들은 글로벌 지도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안보시설이 포함된 지도를 반출하려 한다'와 '국내에 데이터 서버를 두면 해결된다'는 등의 반대 진영 논리를 반박했다.
권 매니저는 토론회 직전에도 구글 한국블로그를 통해 지도 반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는 “해외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고 있는데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고, 안보 문제에 대해선 “구글이 반출 허가 요청을 한 지도 데이터는 현재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것으로 국가안보상 민감한 지역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네이버 등 국내 지도서비스 사업자들은 “절대 허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공정 경쟁, 정보 주권, 국가 정보의 투명한 관리 등의 차원에서도 불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용을 요청하기 전에 사업자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된다. 구글의 기술력과 자금력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구글이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토론회에 앞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난 4일 ‘국가정밀지도 국외반출 관련 국민의당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기업에 대한 조건 없는 국가정밀지도 국외 반출이 우리의 주권과 안보에 저해되고, 국내 법 원칙에도 맞지 않으며,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2일 정책 이슈 리포트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한 검토와 제언’을 통해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주권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고, 국내에선 구글이 유한회사라 외부감사나 공시의무도 없다는 것에 대한 국민 감정, 국내외 산업의 동등대우 원칙 준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정치권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구글의 지도반출 관련 공식 입장에 대해 "오만하다"고 주장했다.
녹소연은 "구글맵의 한국 서비스가 없어서 글로벌 서비스 시대를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바일 시대 모든 길은 한국으로 통한다'고 했으나 실제 생각은 '모바일 시대 모든 길은 구글로 통한다'는 오만함에 기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녹소연은 "이미 국내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한 '김기사'와 같은 벤처 사업자도 존재한다"며 "구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또 하나의 사유로 들지만 국내 지도서비스를 다양한 언어버전으로 탑재한 태블릿 등을 대여하는 등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외국 관광객들의 불편함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글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국내 지도데이터 국외반출을 승인해달라는 신청서를 지난 6월1일 제출했다. 2007년 1월부터 국정원을 통해 한국 지도 반출 가능 여부를 타진해온 구글이 공식적으로 요청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구글의 요청에 대해 8월 25일까지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논의할 정부의 '지도국외반출협의체'는 오는 12일 회의를 열고 반출 여부를 논의한다. 12일 회의에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