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일본의 증시에서 지분을 확대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최고 '큰손'이 됐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BOJ가 워낙 많은 주식을 쓸어담다 보니 일부 종목은 유통될 주식 조차 씨가 마를 지경이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J는 올해 말 일본 증시의 대표지수 니케이 225 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55곳의 최대지주가 된다.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지분율 기준 5위 안에 드는 기업도 81개나 된다.
일본의 대표 기업 4개 중 1개를 BOJ가 소유하는 셈이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BOJ가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건 아니다. 대신 2010년부터 양적완화를 위해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연기금이나 대형 헤지펀드처럼 증시에 개입한다. 지난달에는 ETF 매입 규모를 기존 3조3000억엔에서 6조엔(약 65조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기준 BOJ는 일본 ETF 전체의 약 60%를 보유한다.
스미토모미쓰이자산관리의 마사히로 이치가와 선임연구원은 "중앙은행이 증시에 이렇게 많이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는 일본 밖에 없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이게 정말 좋은 일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BOJ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 2% 달성이다. ETF 매입이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BOJ가 일본 증시에서 지분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기업들은 거래가 가능한 주식이 크게 줄었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BOJ는 패스트리테일링 주식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한다. 올해 말에는 이 비율이 63%까지 오를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BOJ가 내년 콤시스홀딩스와 도쿄일렉트론의 남아 있는 주식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SMBC 니코 증권의 코이치 이토 연구원은 "(BOJ가 지분을 늘린 종목들은) 주식 거래가 어렵게 될 것"이라며 "주식 물량이 적은 종목은 변동성이 매우 커진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