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주요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안정적 궤도에 진입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택 분야 업황이 개선되면서 차입금 감소, 이자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중견사들은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차입금이 늘고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1분기 9개사의 합산 순차입금은 1조5000억원 수준에서 3년 후인 2011년 1분기 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미분양 아파트 및 미착공PF가 증가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로 인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주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인력 구조조정, 계열사와의 M&A 등을 추진했지만 업황 침체 탓에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중견사들의 캐시카우인 국내 주택 사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2011년 순차입금 최고점을 찍은 뒤 6년이 지나서야 재무구조가 선순환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한신공영, 한라, 계룡건설, 삼호, KCC건설 등은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분양물량이 크게 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일부 중견사의 경우 일회성 손실이 반복되면서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번 2분기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0을 상회하는 등 흑자흐름을 지속했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우 지난해 말 2000억원대였던 순차입금이 2분기 말 61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차입금이 줄면서 순이자 비용도 3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 4월 말 1230억원 규모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을 매각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분양한 물량이 공급되는 향후 2~3년까지는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9개 중견사의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은 2만2000가구로 지난해 연간 분양물량(2만8000가구)의 80%에 달한다. 9개 중견사의 올해 예상 분양물량은 3만3000가구로 전체 분양 시장 축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17.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공급과잉을 우려해 올 연말까지 밀어내기식으로 분양 물량이 늘어날 경우 실질적인 공급물량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14~15년에 주택분양을 늘려온 중견사는 2017년까지 이익 증가와 그에 수반하는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예상된다"며 "실적 개선에 이어 후행적으로 따라 오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또 "다만 재무구조가 개선된 이후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주택 분양을 늘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제외하면 분양 호황기가 지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향후 개별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중견 건설사 신규분양 아파트의 청약률 및 계약률은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27일 경기 화성시 동탄면에 한신공영이 오픈한 ‘동탄2신도시 A47블록 한신휴플러스’의 견본주택에 많은 방문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한신공영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