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일명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철거가 22일 오전 재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를 중단시킨 지 석달만이다.
무악2구역 재개발조합측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부터 철거용역업체 등을 동원해 철거를 강행했다. 시 담당 과장과 부장이 현장에 나와 조합 측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에는 진희선 도시재생 본부장이 급히 철거 현장에 나가 조합측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잠시 공사가 중단됐지만 시가 보존을 약속했던 재개발 구역 내 한옥은 대부분 철거됐고, 구본장 여관에 대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앞서 시는 재개발 조합 측에 철거를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재개발 조합은 주민들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뒤 자진 퇴거를 요청하는 강제집행 예고장까지 보냈다. 법적으로 시나 종로구가 행정적으로 철거작업을 중단시킬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22일 오전 10시 옥바라지 골목 비상대책주민위원회가 옥바라지 골목 철거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이날 오전 10시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는 옥바라지 골목 철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시와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합 측이 철거를 강행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대표는 "박 시장님 약속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지만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혹시라도 철거가 시작될까봐 피 말리며 살았는데, 오늘 오전 남아있던 일부 건물까지 반파했다"고 말했다.
옥바라지 골목 주민인 최은아 씨는 "저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라는 박원순 시장님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며 "약속을 지키는 서울 시장님이 돼 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1일 열린 서울 청년의회에 참석했다는 시 청년의원 윤성노 씨는 "아무리 소수의견이라고 하지만 그 의견을 묵살하는 건 70~80년대에 있었던 방식"이라며 "서울이 사람이 먼저인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옥바라지 골목에는 영천여관과 동양여관 등 항일운동가들이 머물렀던 골목으로 역사성과 관련해 보존을 주장하는 반면 조합 측은 역사성을 증명할 사료나 증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어떠한 구체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책위와 조합 측의 입장을 최대한 듣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11시 철거가 재개된 무악 2구역 재개발 지구.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