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교섭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노사는 다음주부터 재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는 물론 내수침체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귀족노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협력업체직원과 임금격차, 동종업계와의 격차 등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005380) 노조는 지난 26일 조합원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잠정합의안이 최종 부결됐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전체 조합원 4만9665명 중 4만5777명(92.2%)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3만5727표(78%)로 집계됐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의 부결은 지난 2008년 이후 8년만이며, 반대표가 80%에 육박하면서 압도적인 표차를 보였다. 잠정합의안 부결은 임금인상안이 예년에 비해 적다고 조합원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지도부는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파업으로 인해 국가 및 지역경제 침체, 청년실업 심화,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영업이익 하락 등 현대차 노조에 대한 대외적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사측도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명분이 있어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새다. 이에 부담감을 가진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힘겹게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을 설득시키는데 실패한 셈이 됐다.
당장 현대차 노사는 다음주부터 올해 임금협상에 대해 합의안을 끌어내야 한다. 일각에선 추석 이후로 노사 임단협 타결이 미뤄질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다. 또 현대차 노사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소식지를 통해 "잠정합의 내용 중 임금 부분에 대해 부족한 점은 지부장으로서 조합원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앞으로 해마다 진행될 임금인상 투쟁에서 모자라는 부족분들을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6일 조합원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잠정합의안이 최종 부결됐다. 사진/뉴시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 24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20차 본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및 주식 10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한 대신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개인연금 지원 확대, 복지 증진, 식사질 개선 등으로 교섭 패러다임을 건강 및 복리후생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또 현대차 노사는 미래 임금경쟁력 확보와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을 통해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시행방안을 논의하고 내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