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27일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추미애 후보가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가운데 추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당내 절반’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지가 1차 과제로 꼽힌다.
추 대표는 전날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54.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각각 2·3위를 기록한 이종걸 의원(23.89%)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22.08%)이 뒤를 이었다.
추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분열을 치유하고 강력하게 통합해 강한 야당을 만들 것”이라며 당내 단합을 역설했다. 수락연설 직전 특히 이종걸 의원에 대해 아쉬웠던 점이 없었냐는 질문에 "전당대회 후에도 우의를 함께 할 수 있는 사이"라며 "아쉬웠던 것 하나도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이른바 ‘비주류’ 인사들이 당 운영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추 대표와 함께 부문별 최고위원에 김병관 의원(청년부문), 양향자 더민주 광주서을 지역위원장(여성부문)이 선출된 것을 놓고 ‘당 운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권역별 최고위원에도 김영주(서울·제주), 전해철(경기·인천), 최인호(영남) 등 이른바 ‘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했다. 더민주의 한 지자체장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종걸 의원도 당 대표 투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연설에서 “폐쇄적 패권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 친문주류가 최고위를 싹쓸이하는 것은 단합이 아니라 획일화”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주류' 인사들의 우려로 연결된다. 추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 선출이 문재인 전 대표의 무난한 대선후보 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문 전 대표와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잠재 대권주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모두 함께 모셔서 우리 정당사에 길이 남을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스펙트럼 확대와 ‘수권능력’ 배양을 위해 추 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민주의 한 초선의원은 “김 전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경제민주화’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이분이 지닌 브랜드가 향후 대선 국면에서 당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민주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는 김 전 대표가 이끄는 비대위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 24일 34개의 경제민주화 입법과제를 선정하고 보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대표 체제의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서 “김 대표가 비대위를 그만둔다고 해서 당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며 “당을 위해 노력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대표도 이날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가 하지 못 했던 경제민주화를 우리 당이 앞장서 해내겠다”고 강조하며 ‘김종인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 등 당 밖의 야권세력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 추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추 대표는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야권연대나 통합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3자 대결을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기른 다음, 때가 되면 통합·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당 대표 당선 후에는 “집권을 위해 여러 개의 나눠진 보조경기장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경기장을 만들어내자”며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더민주 신임 지도부는 28일 서울 여의도 내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갖고 향후 당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에 선출된 추미애 의원(오른쪽)이 이종걸 의원(가운데)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