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빠르게 진행되던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새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전세매물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전세물건의 계약은 월세 전환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준전세(반전세)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순수월세와 준월세의 가격 약세에도 반전세는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전세물건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목돈에 매달 꼬박꼬박 월세까지 내야하는 이중고를 겪는 서민들의 주거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416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3372건)보다 5.9% 늘었다.
이는 전세거래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8월 8709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올해 9511건으로 9.2%나 늘었다. 월세거래는 4654건으로 지난해(4663건)에 비슷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늘면서 전세물건 공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27건에 그쳤던 서울 입주물량은 올해 7배나 많은 4335건으로 늘었다. 지난달 역시 1230건에서 1564건으로 증가했다.
월세의 경우 유형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보증금이 없는 순수월세의 경우 지난해 8월 157건에서 올해 129건으로 17.8%, 보증금 비중이 낮고 월세 비중이 높은 준월세는 2563건에서 2360건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증금 비중이 높고 월세 비중이 낮은 준전세는 1943건에서 2165건으로 11.4%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체 월세 거래량 중 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7%에서 올해 46.5%로 크게 높아졌다.
서울 강남 부동산 상가에 월세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집주인들의 전세물건 월세 전환이 이어지며 반전세 물건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진/뉴스1
특히, 전체적인 월세 가격 하락 속에서도 준전세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8월 서울 순수월세와 준월세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0.10%와 0.07% 하락했다. 반면, 준전세는 0.05% 올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 주택 월세보증금 평균가격 역시 7월 1억439만9000원에서 8월 1억441만2000원으로 소폭 올랐다.
준전세는 목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보증금 부담에 매달 월세까지 꼬박꼬박 내야 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집 마련 목돈 마련의 수단이었던 전세보증금은 늘지 않은 채 주거비 부담에 저축액은 더 낮아진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준전세는 사실상 전세와 비슷해 실제 숫자로 보이는 전세가격 상승률보다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크게 높을 것"이라며 "상당한 액수의 보증금에 매달 월세까지 부담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거래가 늘면서 월세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지난해 8월 34.9%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7.6%로 오르더니 올 3월에는 38.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약세를 보이더니 이달에는 32.9%까지 낮아졌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