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3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생명과학에 연구하는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한다.
서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연한 첫 공익재단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신진 기초과학자를 육성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경배과학재단' 설립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단 이사 예정자인 김병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사로 임명된 오병하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교수도 참석했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소명을 이루는 삶을 늘 꿈꿔왔다"며 "특이성과 독창성이 발휘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재단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재단은 앞서 지난 7월11일 창립총회를 열고 재단 명칭을 확정하고 설립취지를 발표했으며 지난달 4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공익법인으로서 정식 허가를 승인받았다.
과학재단은 '혁신적인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연구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개척하고자 하는 국내외 한국인 신진연구자에게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 연구자에 대해서는 중간심사를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과학자 중심의 연구지원을 원칙으로 자유롭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연구성과를 아모레퍼시픽의 이익과 연결시키지 않고 공익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순수과학에 투자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서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 등을 출연해 3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시작이 3000억원인 것"이라며 "1조원 정도는 (지원)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꿈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보유주식 출연 절차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 회장의 이번 사재 출연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이자 아버지인 서성환 선대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 회장은 "아버지가 기술과 과학에 늘 관심이 많으셨고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서 선대회장은 태평양장학문화재단, 태평양학원, 태평양복지재단 등을 개인 주식을 출연해 세웠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던 경험 또한 재단 설립에 영향을 끼쳤다. 아모레퍼시픽은 경영난에 처했던 1990년대 중반 약용으로 사용하던 비타민유도체 레티노익액시드를 화장품 용도로 바꾸는 기술 연구에 투자했고 1997년 아이오페를 통해 '레티놀2500'을 선보이며 경영난을 벗어난 바 있다.
서 회장은 당시를 생각하며 "어려울 때 과학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이번 재단을 통해 세계적인 과학의 결과물을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경배과학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재단 설립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경배과학재단)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