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법인세 인하, 낙수 효과 없다" 잇단 주장

법인세 인상 법안 발의…새누리·정부는 부정적

입력 : 2016-09-04 오후 1:53:20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22%로 인하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되돌리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 인하로 인한 경기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최고세율 인상을 요구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일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오는 2019년까지 연 1%씩 올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과표구간이 2억원 이하(세율 10%), 2억~200억원(20%), 200억원 초과(22%) 등 세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 의원의 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2017년 23%, 2018년 24%, 2019년 이후 25%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그동안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세를 수차례 인하했으나 대기업 사내유보금 증가와 세입기반을 잠식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했을 뿐”이라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이 제출한 법안 통과시 예상되는 세수 증가분은 2017~2021년 5년간 총 14조1800억원(연평균 2조8400억원)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도 지난달 25일 과표구간을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로 단순화하고 2억원 초과구간의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도 법인세 등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6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서 “국제적 조세경쟁력을 감안해 과세체계를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전체 국세수입 대비 법인세율 비중이 20.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법인세 인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대신 현행 3단계 세율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새누리당도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4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해 주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법인세를 높이면 결국 물건값이나 세금이 올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인세수는 최근 수년간 정체상태다. 지난해 납부된 법인세는 45조원으로 2011년(44조9000억원)에 비해 1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걷힌 소득세가 42조7000억원에서 62조4000억원으로 19조7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이에 따라 전체 국세수입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3%에서 매년 감소 추세다.
 
정성훈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인세 인상, 그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기타 부가가치세나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크게 증가하는 동안 법인세수는 5년 간 거의 차이가 없다”며 “법인세 감세로 인한 부족세수를 다른 곳에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기업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법인세수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기업의 실질부담이 감소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를 통해 각 기업이 보유하게 된 자금은 투자가 아닌, 사내유보금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도 “낮은 세부담 정책을 통해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고 재정부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등 직접세 위주의 증세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더민주 간사로 있는 박광온 의원은 “능력있는 대기업이 납부한 소득이 국가재정으로 들어와 소득재분배 재원으로 활용되면 소비가 늘어나는 경제선순환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기업이 더 큰 소비시장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말로 법인세 인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의 회원들이 ‘공평과세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법인세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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