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체모를 LG전자 V20 마케팅

입력 : 2016-09-21 오후 4:59:34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LG전자가 새 전략 스마트폰 V20을 통해 삼성과 애플, 두 거인의 틈새를 공략하고 나섰다. 삼성의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결함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7도 여러 결함 가능성들이 제기되면서 호재도 맞았다.
 
기대도 높다. 지난해 말 출시된 전작 V10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듀얼 셀피 카메라와 세컨드 스크린 등 성능과 기능면에서 차별화된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출시 45일 만에 판매량 45만대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V10의 가능성은 V20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LG전자가 V20을 공개한 7일을 전후로 LG전자의 주가가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분위기도 들떴다. 타이밍 역시 절묘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작들이 각각 제품 결함이라는 악재에 시달리면서, LG전자로서는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달아오르던 V20의 흥행 기대감에 복병이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지난 20일 출시가격과 프로모션을 발표한 직후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좋은 제품과 절호의 타이밍을 확보했음에도 가격정책과 마케팅에서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V20의 출시가격은 89만9800원으로, 시장 예상가 80만원을 비롯해 V10(79만9700원) ,G5(83만6000원) 등 LG전자의 전작들은 물론 애플 아이폰7(32GB 기준 약 72만7000원)에 비해서도 비싸다. 가격 부담을 느꼈던 탓인지 다양한 프로모션도 내걸었다. LG전자는 V20 구매고객에게 '톤플러스'와 '블루투스 스피커', '배터리팩'으로 구성된 20만7000원 상당의 사운드 패키지를 5000원에 판매한다. 신한카드로 V20을 구매할 경우 10만원 즉시 환급(페이백)과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24개월간 월 최대 1만5000원 통신비 할인도 적용한다.
 
다만 이 역시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주요 타깃층으로 설정한 음악 마니아들의 경우 블루투스 이어폰과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음악 마니아가 아닌 소비자들은 사운드 패키지 제공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 신한카드를 통한 페이백 정책 역시 V20을 구매하기 위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라붙는다. 당장 눈 앞의 혜택은 없는 셈이다.
 
제품의 가격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준해 책정된다. V20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맞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들 역시 이에 의문을 제기할 이유는 없다. V20이 고성능 스펙 확보를 위해 높은 출시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은 납득 가능하지만, 가격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이번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심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프로모션 여력이 있었다면 차라리 출시가격을 몇만원이라도 낮추는 것은 어땠을까. 소비자들은 LG전자로부터 좀 더 좋은 성능의, 좀 더 값싼 '스마트폰'을 사고 싶을 뿐이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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