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안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휴대폰 다단계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단계 영업이 불법은 아니지만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손을 떼기로 했다"며 "다단계 영업 종료가 거의 끝나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단계 영업은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채택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다단계 유통망을 통해 이통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는 총 55만2800명이다. LG유플러스가 43만5000명으로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며 KT 6만6200명, SK텔레콤 5만1600명 순이다.
SK텔레콤이 다단계 영업 종료를 선언한 데는 업계 1위 사업자로서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5:3:2로 점유율이 고착화된 시장에서 굳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다단계 영업을 고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다단계 영업을 통해 올리는 실적이 미미하다"며 "굳이 이미지 실추 등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T월드 강남 직영점에서 갤럭시노트7 출시 행사를 앞두고 개통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반면 LG유플러스는 오히려 다단계 영업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다단계 영업을 도맡아 하는 곳은 IFCI로, 이 회사는 다단계 영업 과정에서 불법이 적발돼 정부 제재를 받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에는 다단계 알뜰폰 사업자인 ACN코리아와 도매 계약을 체결하며 영업망을 확충했다.
LG유플러스가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다단계 영업에 매진하는 데는 현재의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전 시장 과열의 단초는 대부분 LG유플러스가 제공했다.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로부터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실으면, 경쟁사들이 대응에 나서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2012년 18.9%, 2013년 19.9%, 2014년 19.9%, 2015년 20.3% 등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경쟁에 제한을 받으면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가입자를 유치할 새로운 유인책이 필요했고, 다단계 영업에 주목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다단계 영업을 통해 후발주자의 열세를 만회하려 했다"며 "각종 우려에도 다단계 영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대응과 결과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다단계 영업을 둘러싼 상호 간 입장차는 상대에 대한 날선 비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다단계 영업을 불법으로 치부하며 LG유플러스를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T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