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향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각 사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플랫폼 개발사인 비브 랩스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 비브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새로 선보인 서비스로,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구글과 애플이 구축한 AI 전선에 본격 뛰어든다.
삼성전자는 이미 시리와 유사한 S보이스 기능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지만, 기술의 한계 또한 분명했다. 이번 인수 배경이 보다 분명해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비브를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장해 나간다. 이른바 폰 플러스(Phone+) 전략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비브 플랫폼이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하는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출시된 누구를 홍보하고 있는 모델들의 모습.사진/SK텔레콤
SK텔레콤(017670)은 지난 8월 음성인식 AI 서비스 '누구'를 선보였다. 누구는 SK텔레콤이 10여년 전부터 자연어 인식 연구를 위해 투자를 진행해 온 결과다. 특히 한국어에 특화돼 음성의 톤이나 억양, 사투리까지 분별할 수 있다.
누구는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천재 해커로 불리는 이두희씨를 대표로, 누구나 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는 "집단지성이 모이면 단기간에 AI 기술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내외부 전문가와 소비자들로부터 제안된 의견은 모두 누구 서비스에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음성인식 AI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구현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기기의 연간 생산량은 올해 180만대 수준에서 오는 2020년 151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결합한 음성인식 기술은 인식률과 자연어 처리 등에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스마트폰 기반 대화형 개인비서, 스피커형 홈허브, 동시통역 등 신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