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벤젠, 톨루엔 등 발암·고독성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1마일(1.6km) 내에 거주하는 주민 수가 전국에 걸쳐 740만명으로 전국민의 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10일 “2014년 기준으로 발암물질 등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수(위험인구)는 1km 내에 324만5360명, 1.6km 내에 739만7486명”이라고 발표했다. 강 의원실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단법인 일과 환경이 공동 작성한 ‘발암물질 전국지도 - 전국 배출 및 이동량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사업장 반경 1.6km 내 위험인구가 많은 시·도는 경기도(213만3541명)였다. 뒤이어 인천광역시(117만7335명), 경상남도(64만3892명), 대구광역시(66만2954명) 등의 순이었다. 총 인구 대비 위험인구 비율은 인천광역시가 42%로 가장 높았으며 대구광역시(26.4%), 경상남도(19.5%) 등이 뒤를 이었다.
강 의원실은 환경부가 일반산업단지 주변지역 환경보건평가 반경을 2km 내로 정한 것을 감안해 조사 대상을 반경 1.6km 내로 잡았다. 지난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 당시에도 반경 2km 내 식물에서 불산이 검출된 바 있다.
기초자치단체별 통계에서는 상위 9곳의 주민 절반 이상이 발암·고독성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동구가 총 인구 수 대비 사업장 반경 1.6km 내 거주 위험인구 비율이 90.6%로 가장 높았으며 수원 영통구(72.7%), 부산 사상구(70.3%), 인천 부평구(62.4%) 등의 위험인구 비율도 높았다.
8종의 주요 발암·고독성물질 중에서는 톨루엔의 2014년 연간 배출량이 848만2473kg으로 가장 많았다. 톨루엔은 생식능력 장애(불임, 임신지연, 생리불순)나 유산을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은 전국 41개 사업장에서 연간 71만3458kg이 배출됐다. 특히 TCE의 경우 광주 하남산업단지 내 세방산업이 29만4170kg을 배출한 것으로 밝혀지며 주민과 기업 간 지역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세방산업이 2011~2014년 매년 TCE 사용량을 실제보다 축소해 보고했다”며 “관할 지방환경청(영산강유역환경청)은 사실을 인지한 후 과태료 120만원을 부과하는 조치만을 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TCE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성 물질로 규정했으며 백혈병과 비호지킨스림프종, 간·신장암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며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판매와 제조·사용을 금지하거나 대체물질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주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발암물질 배출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발암물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미 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의 불산 누출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을 거치며 2013년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제정, 지난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시행 등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등록 대상 물질이 너무 적고, 독성저감 물질과 사용 제한에 대한 구상이 빠져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화평법·화관법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제·행정적 부담을 호소하며 한동안 물질 취급량(또는 기업규모별)에 따른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과 취급시설기준 등의 규제에 차등화를 두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발암물질의 필수적 사용여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합리적 저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감 종료 후 화평법·화관법의 제도적 정비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10일 대전 금강환경유역청에서 열린 한강유역환경청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