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에 대한 규명 작업이 착수된 가운데,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배터리 외에 인쇄회로기판(PCB)에서도 결함이 발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PCB 두께를 과도하게 얇게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항공 안전을 위해 신제품을 포함한 갤럭시노트7 전제품의 기내 사용과 충전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11일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기 관계자를 비롯해 복수의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메인보드에 해당하는 PCB가 갤럭시노트7의 또 다른 발화 원인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폭발이 있었던 제품 사진들을 보면, 배터리와 PCB 기판 경계 부분에서 발화가 시작돼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홍채인식 등 새로운 기능 탑재를 위해 PCB 층을 높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을 비롯해 애플 아이폰6s, LG G5등 기존 프리미엄 모델에는 통상적으로 10층 0.6t(1t=1000㎛) PCB가 사용됐지만, 갤럭시노트7에는 처음으로 12층 0.6t 제품이 쓰였다.
배터리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날 국가기술표준원의 발표에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국표원은 "사고 조사 합동회의 결과 새로운 제품 결함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한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새로운 결함 가능성'에 대해 국표원 관계자는 "리콜 발표 당시 알렸던 배터리 결함 이외에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것"이라며 "원인 분석을 마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국표원의 합동조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관계자 및 민간전문가도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국표원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국표원의 권고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판매와 교환을 중단키로 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갤럭시노트7 단종을 공식화했다. 제품의 교환과 환불은 오는 13일부터 실시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아직 조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계속해서 사고 접수가 되고 있고, 이미 한 번 리콜을 한 상황에서 노트7 기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고민이 있었다"며 그간의 고뇌를 털어놨다. 국토교통부도 "항공 안전을 위해 갤럭시노트7 전 제품의 기내 사용 및 충전 금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위탁수화물로 부치는 것도 금지됐다. 아울러 국토부는 항공사와 공항 운영자에게 "탑승객 안내와 위탁수화물 보안검색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AT&T, T-모바일, 버라이즌 등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하면서 사태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가 단종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직접적 원인이 됐다. 파장은 삼성전자의 다른 제품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4분기 실적은 고사하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후속모델 판매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삼성이 최상의 가치로 여겼던 품질 제일주의가 붕괴되며 이제 막 닿을 올린 이재용호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