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성능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파리모터쇼에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을 공개하는 등 추격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005380)가 후발주자인만큼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을 확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1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업인 ‘AMG’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688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776대) 대비 2.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BMW M시리즈의 경우 2014년 321대에서 2015년 673대로 11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우디 S·RS도 2013년 566대, 2014년 938대, 2015년 102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성능차 시장의 성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벤츠 AMG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4년 4만7632대에서 지난해 6만8875대로 44.6%가 증가했다. BMW M도 같은 기간 약 2만 대에서 약 3만5000대로 75% 크게 늘었다. 아우디 S·RS도 2011년 3만6000대였던 고성능차 판매량은 지난해 약 8만2500대로 4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고성능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운전 재미를 배가하는 강력한 주행성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 고객층인 젊은 층은 비싸더라도 출력이 높고 주행성능이 우수한 차를 선호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경기불황에도 고성능차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대중차 이미지가 아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고성능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수입차에 대응하고 해외에서는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AMG, M 등 고성능차 브랜드를 믿고 이 모델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고성능차가 가지는 의미는 크기 때문에 이 시장을 둘러싸고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고성능차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 공개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가 등을 통해 현대차가 보유한 고성능차 개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이미 입증했다. 또한 알버트 비어만, 피터 슈라이어 등 전문가 영입을 통해 개발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고 양산차종에 기술을 접목시켜 판매모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소 늦은 출발인 만큼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당장 얼마나 비용이 쓰였는지를 걱정하기보다는 투자비용을 늘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성능차종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성능차 개발은 향후 슈퍼카 개발뿐만 아니라 양산차종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차가 이를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가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또한 수소차를 개발했지만 양산하지 않는 것은 단기적 수익만 고려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해외 경쟁업체의 R&D 비용은 현대차의 3배 이상 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를 뜻하는 N은 남양연구소와 주행성능 테스트센터가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명명됐다. 현재 2017년 공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N 브랜드의 개발이 완료되면 현대차는 이미 고성능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 세계시작에서 격돌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BMW(M), 벤츠(AMG), 아우디(R·RS), 렉서스(F) 등이 고성능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16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 사진/현대차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