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탈피 행렬…"독배 될 수 있다"

"사업 다각화는 필연적 선택" vs. "저가의 중국 OEM만 좇아"

입력 : 2016-10-16 오전 11:24:02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한우물을 파던 생활가전 중소·중견 기업들이 앞다퉈 품목 다양화에 나서면서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특정 품목에서의 시장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 및 성장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어설픈 재벌식 문어발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하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직원이 다양한 회사의 선풍기 제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대유위니아는 최근 물로 공기를 씻어 가습과 공기정화를 동시에 하는 자연가습청정기 ‘2017년형 위니아 에어워셔 신제품’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다. 전기밥솥을 필두로, 에어컨, 정수기, LED TV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종합 가전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1967년 첫 선풍기 생산 이래 50년 가까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일산업은 사계절 가전기업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전공인 모터기술을 사용하는 믹서, 진공청소기를 비롯해 가습기, 정수기, 공기청정기, 심지어 안마의자도 판매한다.
 
적외선 그릴 조리기구로 유명한 자이글은 최근 ‘헬스케어 웰빙용품 1호’로 플렉시블 목 쿠션 ‘넥시블’을 출시했다. 자이글 관계자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헬스케어 웰빙용품 시장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당기업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매출 창구 다변화가 목표”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유위니아는 김치냉장고 판매가 급증하는 4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신일산업은 그해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에 따라 회사 1년 매출이 요동친다. 자이글도 매출 대부분이 그릴 제품군에 편중돼 있다. 
 
반면 연구개발 등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시장 흐름만을 좇는 문어발식 확장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생활가전 수출업체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 없이 중국에서 저가 OEM, ODM 제품을 주문해 유통만 하면 어렵게 쌓은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적으로 기술력으로는 삼성과 LG를, 가격으로 중국산 제품을 이기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브랜드는 곧 품질'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며 소비자의 신뢰가 저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어설픈 가격과 성능의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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