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뢰가 있는 곳에 돈이 모인다

입력 : 2016-10-17 오전 6:00:00
길었던 무더위가 가고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아직 수확의 계절을 실감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대내적으로도 상장기업의 실적 악화와 일부 기업의 허위공시와 늑장공시, 그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거래 논란 등 잇단 이슈가 우리 시장의 혼란과 ‘신뢰’ 훼손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란 ‘믿고 의지함’를 뜻한다.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상대의 기대를 벗어나는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가정은 물론 기업과 사회, 국가등 모든 조직체는 본질적으로 구성원간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기초로 한다. 구성원간 신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원활한 조직운영이 곤란함은 물론 종국적으로는 시스템의 붕괴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흔히 과도한 해외 단기차입금과 외환보유고 부족 등 등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오너위주의 불투명한 기업경영, 정경유착, 믿을 수 없는 재무제표 등 신뢰하락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 전반의 신뢰부족이 급속한 해외자본의 유출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시스템을 파국으로 이끈 것이다.
 
우리 증권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장기업, 투자자, 정책당국 등 시장참가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과거와는 달리 통신수단의 발달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져, 투자자가 원하는 시장에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 조차도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시장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장기업 스스로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아직도 시장수요에 비해 기업이 제정하는 투자정보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고, 제공되는 정보의 내용도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업정보를 투자자에게 적시에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IR활동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는 그동안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통해 상장부적격 기업들을 증시에서 퇴출시키고, 투자주의 환기종목 제도를 통하여 기업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에 주의해야 할 기업들을 시장에 알리고 있다. 또한 공시 우수기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기업에 대한 견제와 보상(Stick&Carrot)을 차별화하고 있다. 또한 상장기업의 IR문화 정착을 위해 상장기업의 IR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증권시장은 다양한 시장참가자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국가적 재산이다. 증권시장을 통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투자기업의 성장을 통해 과실을 거둔다. 또한 벤처캐피탈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증권사는 투자중개와 상장관련 자문 등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을 제공받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증권시장이 사회적 공기(公器)란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참가자 모두는 시장을 활용하되 선용(善用)할 줄 알아야 하고 가꿔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딛고 오랜 단련 시간을 거친 시장이 기업에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국민에게는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다양한 시장참가자들로 구성된 증권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 즉 시장의 구성원으로 참여함에 있어 시장을 선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 사익을 위해 시장을 악용한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따를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규제비용은 결국 시장참가자 모두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가자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 모두가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노력한다면 우리 증권시장은 단순히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받는 시장만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고, 해외 우량기업들이 앞다퉈 상장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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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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