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국가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갤럭시노트7 단종 관련 정부 대책회의가 삼성전자 요청에 의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품공급 차질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고대하던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기대도 물거품이 될 위기다. 협력사를 비롯해 관련 중소기업 지원방안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애초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제3차 민관합동 K-ICT 수출지원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회의에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삼성전자 협력사 지원방안 등이 논의될 계획이었다. 미래부를 비롯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코트라, 수출입은행 등 유관기관과 삼성전자 등 갤럭시노트7 관련 기업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 말만 믿고 갤럭시노트7 사태를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강남구의 SK텔레콤 이동통신대리점에 교환 및 반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반납한 갤럭시 노트7이 쌓여 있다.사진/뉴스1
하지만 이마저도 취소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래부 관계자는 17일 "삼성전자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따라서 지금 회의를 여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주문도 소용 없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참모진 회의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관련, 우리경제에 미칠 충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면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 협력사를 비롯해 부품업계 등 갤럭시노트7 단종과 관련해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협력사는 1차 협력사가 100개 안팎,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이들 협력사들이 입을 피해만 1조원 이상이다. 이미 1차 협력사 대부분은 2~3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협력사 중에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노트7 단종 파장이 협력사 전반에 불어닥친 가운데,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 협력사들의 사정은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협력사 지원방안 검토에 착수했지만 아직 명확한 방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의 생산 중단 등에 변수가 생겨 협력사 손실이 예상될 때 이미 주문한 물량에 대해 납품가 기준으로 100% 보상을 하고 있다"며 "예측되는 수요에 따라 생산해 놓은 물량에 대해서도 정해진 규칙대로 보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협력사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보고 향후 대책회의 개최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협력사 관계자는 "구미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일부는 임시 휴업에 들어갈 만큼 상황이 어렵다"며 "지원방안을 삼성전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첫 대책회의마저 무기한 연기하면서 협력사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더 커지게 됐다.
한편, 갤럭시노트7 사태로 9월 휴대전화 수출액은 18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3.8% 급감했다.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의 감소율이다. 수출액 역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