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기조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에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 종료 후 센터들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17일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각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원한 업체 1607개 중 센터 설립 목적과 맞지 않거나 특정 산업에 편중된 수가 26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가 맡고 있는 광주센터는 지역 내 기아차 공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지원항목을 보면 한 대기업 패스트푸드점이나 무알콜음료·막걸리 생산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내역이 있었다. 자금 수급업체에는 일반 미용실도 포함됐다.
삼성이 맡고 있는 대구센터에서는 일반 웨딩(결혼식) 전문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이력이 있었다. 대구센터는 첨단소재·IT부문 선도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나노융합, 해양플랜트 등 중공업 관련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경남센터(두산)는 멸치와 발효콩, 매실음료, 건강식품 등 9개 업체의 판로지원을 돕기도 했다.
지원실적 자체가 미미한 곳도 있었다. SK가 맡고 있는 세종센터는 지원한 업체가 2년간 3곳에 불과했다. 이 중 ‘정부 3.0 정보기술과 세종 U시티 구축’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는 곳은 한 곳 뿐이었으며 나머지는 자동차 부품, 칫솔모 제작업체였다. 카카오가 맡고 있는 제주센터의 지원실적도 총 5건이었다.
김 의원은 “지역별 특정 산업개발 등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지원으로 도리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센터별로 사업 계획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내 유망 중소기업에게 인력·기술 등 혁신자원을 공급한다는 센터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지원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 이상민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각 센터 내 1102개 지원기업 중 273개는 당초 센터가 위치한 지역 밖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을 받은 창업보육기업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도 전체의 49.6%(547개)에 이르고, 전체 지원기업 수가 조사 때마다 달라지는 문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단순히 방문한 정도에 불과한 기업들이거나 실질적인 지원이 없이 방명록에 등록만 했던 기업들을 모두 지원기업으로 통계를 잡아 숫자 늘리기에 동원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범 당시부터 형식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민간영역에서 주도해야 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 별로 센터를 세우고 대기업을 선정해 담당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센터가)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쓸어 담는 관치경제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일자리를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데 급급하다보니 진정한 유망 벤처기업 육성이나 4차산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준비와는 동떨어진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임기 후 각 센터가 유지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만 해도 이명박 정부 때는 저탄소 녹색성장 홍보관이 있던 자리”라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센터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8일 충북 청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