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유출·훈련비 반환 소송 등 어려움 겪는 항공업계

조종사 중국 유출 갈수록 늘지만 국내 LCC 인력수급 어려움 갈수록 가중
"타협과 이해 절실한 시점…항공사 인력 수급 소극적 나서면 피해는 고객 몫"

입력 : 2016-10-17 오후 9:26:28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중국 항공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국내 항공 전문인력의 해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상당한 사전 교육시간이 필수인 조종사들의 경우 최근 훈련비 부담에 따른 갈등이 법적 싸움으로 번지면서 항공업계의 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자칫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보유 여객기가 2650대를 넘어서는 등 최근 5년간 55% 성장할 정도로 빠르게 항공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자국 조종사들로 필요 인력을 채우지 못하면서 고액 연봉과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며 해외 조종사들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항공사들의 조종사들도 중국 항공사 이직이 크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내 조종사 인력유출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는 2013년 111명에서 지난해 7월 기준 138명으로 늘었다. 업계는 이들 조종사들 상당수가 중국 항공사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조종사들의 이탈이 늘면서 국내 항공업계는 조종사 수급과 양성된 조종사들의 이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 2013년 한시적으로 운영한 수습부기장 채용 훈련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인력 수급을 위해 마련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최근 당시 수습부기장 채용 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부기장들의 '교육훈련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 제기되면서 항공업계 조종사 운영에 관해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회사에서 훈련비 등의 금액을 지원하여 양성한 조종사들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거나 타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해 이에 따른 금전적 운영상의 심각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안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수습부기장이 훈련비를 선납하는 방식을 도입해 부기장 지원 자격(비행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항공사 취업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원자들은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 및 시간을 축소할 수 있게 됐고, 입사 후에는 항공사 비행경력 1000시간을 보장받게 됐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이스타항공은 부기장 10여명이 이직을 함에 따라 조종사 수급에 따른 운항 차질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고객들의 불편이 생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종사 확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해 교육비 선납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게 됐다"며 "채용 당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부기장이 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당시 입사한 부기장들 다수가 현재도 근무 중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항공시장 급성장에 국내 조종사의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조종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에 조종사 훈련비 반환 소송 등의 악재가 더해지며 인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자칫 고객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통상 항공사 부기장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항공사들의 경우 500~1000시간의 사전 비행경력이 요구되며, 이런 자격(비행시간)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훈련비를 자비로 투자해 항공사 부기장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사에 수습부기장으로 취업해도 여객기 투입을 위한 추가 훈련이 필요하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대여금이나 장기복무 등의 형식으로 회사가 조종사의 훈련비를 대납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훈련비는 조종사가 부기장 또는 기장으로 임명되어 임무를 시작하게 되면, 의무복무기간을 산정하거나 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 하는 등의 방법으로 훈련비 상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한항공(003490)은 퇴직 조종사들과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등의 개별 소송 7건을 진행 중이다. 소송가액은 총 14억에 이른다. 6건은 퇴직 조종사들이 교육훈련비를 반환해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며, 나머지 1건은 퇴사한 조종사들에게 훈련비를 상환하라고 사측이 낸 소송이다.
 
대한항공은 과거 조종훈련생을 선발해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맺고 2년 동안 자체 훈련을 거친 조종사를 정식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초중등훈련비(1억원)는 훈련생 스스로 부담하게 했다. 또한 고등교육훈련비(1억7000만원)의 경우 월급에서 일정 비율로 공제하고, 10년간 근속하면 나머지 상환의무는 면제해 줬다. 대신 10년 근속기간을 못 채우고 퇴사하면 교육비를 일부 돌려 받았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항공업계 관례와 대법원 판례(1992년)를 근거로 면장(항공기 조종을 위한 일종의 면허증)이 없는 조종훈련생에 대한 교육비는 조종사가 부담하는 게 맞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조종사를 양성하는 교육 훈련비는 금액이 크고 교육후의 혜택이 해당 조종사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에도 조종사 급여에서 교육비가 매달 공제 등의 형식으로 입사한 신입조종사들의 훈련비는 훈련생들이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함께 부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항공사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시행 중이다.
 
법원도 조종사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의 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유사 사건에서도 '훈련을 이수한 직원이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을 때 회사가 우선 부담한 교육비의 전부나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고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면제토록 한 계약과 회사 규정은 유효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런 실정에 비춰 이스타항공은 소송을 제기한 조종사들의 교육비 반환 요구에 대해 "교육비에 대한 산출 근거는 법원에 제시했고 원고들이 부당이득금이라고 주장하는 교육 소요 비용은 기존에 당사에서 근무 후 퇴직한 부기장에게 청구한 교육비 내역을 단순 인용한 것에 불가하다"며 "교육비는 훈련 횟수, 프로그램, 훈련장소 등의 다양한 요건에 따라 훈련생마다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2년간의 의무복무 완료 후에는 선납한 교육비 중 1000만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양성을 위한 좋은 취지로 진행된 채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기장들이 비행시간을 채우자 의무근무 계약 기간도 마치지 않고 타사로 이직을 하면서 마치 회사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것처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족한 조종사들로 인해 오히려 조종사들의 요구조건에 맞춰줘야 하는 항공사들의 어려움도 알 수 있도록 법정에서 성실히 설명하고 잘 마무리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조종사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다. 해외항공사들과도 경쟁이 불가피한 지금 국내 항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항공사와 조종사들간의 원만한 타협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적 다툼이 길어지고 그로 인한 항공사들의 조종사 인력 수급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그 피해가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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