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외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20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10월 통화정책회의다.
매달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이처럼 큰 관심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ECB 내부에서 테이퍼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현재 ECB가 내년 3월까지 매월 8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규모를 월 100억유로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추가 부양을 기대하고 있던 시장에 이와 같은 의견은 ‘쇼크’로 작용했고 당시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실제 회의를 앞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ECB는 어떠한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고 오는 12월 회의에서 채권 매입 프로그램 연장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인터뷰한 이코노미스트 중 90%는 12월에 추가 부양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 마이너스 수준인 금리가 더욱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없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이번 회의에서 시장에 어떤 방향으로든 충격을 줄만한 결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증시 역시 지나친 기대나 우려보다는 차분한 대응이 유효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럼에도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우 오래전부터 완화 기조에서 긴축으로 돌아섰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완화를 강조해왔던 ECB와 일본은행(BOJ) 역시 최근들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ECB는 계속해서 완화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긴 하나 내년 3월에 종료되는 양적완화 이후 추가 완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BOJ 역시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펴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를 피하고 국채수익률의 평탄화 역시 바로 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비정상적인 통화완화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수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화정책 정상화 이후에 있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들이 언제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완화정책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ECB 회의를 앞두고 있는 현재, 당분간은 추가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차분히 대응하되 완화정책은 언젠가는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성문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