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없어서 못 팔던' 히트상품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식품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1년만에 사그러든 히트상품 열풍에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과시장을 강타했던
해태제과식품(101530)의 '허니버터칩'은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놓였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까지 증설했지만 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가 됐다.
앞서 해태제과는 상장을 하루 앞뒀던 지난 5월 10일,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준공하고 증설 효과에 따라 월 생산량이 1만5000박스에서 3만박스로, 월매출은 75억원에서 150억원으로 각각 2배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생산량이 모두 매출로 잡히는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240억원을 투입한 제2공장을 가동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허니버터칩 증설 효과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허니버터칩 인기가 사그러들면서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더이상의 품귀현상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매장에 내놓기 무섭게 완판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온도차가 큰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 제2공장 준공 이후 매출은 월 3억원 안팎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허니버터칩 종전 매출이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월 75억원이었던 만큼 증설 후 월 판매 규모는 78억원 안팎인 셈으로 당초 목표로 했던 연매출 1800억원은 고사하고 1000억원 달성도 힘든 상황이 됐다.
해태제과는 제2공장을 허니버터칩 생산에 국한시키지 않고 감자칩 생산라인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초 허니버터칩 단일 브랜드의 매출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부터 허니버터칩 인기가 시들해지는 조짐을 보였음에도 해태제과가 5월 기업공개를 앞두고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니버터칩의 식어버린 인기는 해태제과의 올 상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태제과는 상반기 매출액 3965억원으로 전년동기(3963억원)보다 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5월 상장과 함께 급등했던 주가도 5개월 만에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소주 시장에 과일맛 저도주 열풍을 몰고 온 '순하리'의 달라진 위상이 못내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순하리는 3개월만에 4000만병이 팔리며 회사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순하리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올해 실적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매출 효자 노릇을 했던 순하리는 지난해 2분기에만 200억원를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 연말 5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며 열풍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순하리는 한때 롯데칠성 소주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과일맛 소주 열풍이 사그러들면서 올해는 기저효과에 따른 실적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롯데주류의 올 상반기 매출은 3964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소폭(0.6%) 줄었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울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롯데주류 매출은 2012년 6272억원에서 지난해 8208억원으로 3년간 30.9%(1936억원) 증가해왔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말 처음처럼 가격을 6.4%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하락을 막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트렌드 주기가 짧아진 만큼 히트상품의 인기가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고 이로인한 실적 기저효과도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다만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섣부른 공장 증설 등은 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태제과가 식어버린 허니버터칩 열풍에 생산라인 증설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강원도 원주 문막에서 열린 해태제과 제2공장 준공식 모습. (사진제공=해태제과)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