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해외유출에 대책없는 방통위

미국 31배 급증에도 단속예산 '그대로'…신용현 "일본 등 제3국 유출도 심각"

입력 : 2016-10-23 오후 3:18:32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우리 국민들의 개인정보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배정된 예산마저도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편성돼 있어 일본과 홍콩 등 제3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23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도 예산안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해외로의 개인정보 불법유통 관련 게시글 노출이 2013년과 비교해 올해 7월 기준으로 일본은 17배, 미국은 31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기 위해 배정된 정부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7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신용현 의원은 지난 7월 결산보고 당시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해외 각국에서 증가 중인 국민의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글 현황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대응방침을 밝혔지만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중 개인정보 불법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신 의원의 설명이다.
 
신 의원은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호주, 일본 등으로 (개인정보) 노출 현황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경우 올 7월까지만 해도 2013년 대비 31배 증가했고, 이 추세로 진행된다면 작년 대비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최 위원장은 이 노출 현황에 대해 ‘전체적인 추세가 국내와 비슷하게 느는 추세다’고 답변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예산을 편성한 것은 방통위가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특히 일본과 홍콩 등 제3국의 해외 유출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방통위 자료 어디에서도 이러한 국가로부터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신 의원의 지적이다.
 
신 의원은 “정부 예산은 미국과 중국에만 집중되어 있고, 제3국과 관련한 예산은 편성되어 있지 않다”며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제3국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늘어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예산을 증가하기보다 제대로 된 예산 계획을 통해 국민의 개인정보부터 보호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개인정보 해외유출에 대한 안이한 대처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방통위가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유출당한 국내 기업의 조사는 3개월 만에 전부 끝낸 반면, 해외기업에 대해선 사실상 수 년 동안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6일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구글의 개인정보 불법 수집사건 당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사건 진상을 확인하고 수집한 정보를 삭제하는데 4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5월 1000만명 이상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인터파크에 대해 당시 방통위가 3개월에 걸쳐 원인 분석과 사후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구글은 2010년 지도 사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만들면서 무선 인터넷망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적발돼 한국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미국 본사 관계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기소중지로 사건이 종결됐다.
 
김성태 의원은 “페이스북 등 외국 IT 기업이 개인정보 무단 수집이나 유출 물의를 빚어도 방통위 등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처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올해 8월 유럽연합(EU)이 미국으로 이전되는 EU소속 시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프라이버시 쉴드’란 제도를 통해 미국 기업에 엄격한 법적 의무를 부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우리도 이런 사례를 연구해 국민의 개인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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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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