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양대산맥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상무급 이상 임원들의 임금을 자진 삭감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현대차(005380)그룹에 따르면 최근 상무급 이상 임원 1000여명의 월급을 10% 삭감하고, 내년 12월까지 이 같은 임금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 모든 임원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자발적으로 삭감한 건 최근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회사 경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조치이다.
실적발표를 앞둔 현대차는 최근 노조의 장기파업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연간 판매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성장둔화가 지속된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연간 영업이익 8조3155억원, 2014년 7조5500억원, 2015년 6조3579억원으로 매년 수익성이 떨어졌고,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9994억원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기아차 역시 지난 2013년 연간 영업이익 3조1771억원, 2014년 2조5725억원, 2015년 2조3543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5878억원이 예상되면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전망이지만, 올해 기아차 노사 임금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저성장 기조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산업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회사가 어려우니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을 자진 삭감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임원들의 자발적 결의로 내년에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12월까지 임금 삭감 기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이 임원 임금 삭감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 서열 10위권인 대기업 한 임원은 “삼성과 현대차는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양대산맥인데, 현대차가 임원 임금 자진 삭감에 나서면서 여타 기업들도 상당한 고민에 빠지지 않겠냐”면서 “다른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걸 공감하기에 임직원 임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현대차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다른 대기업도 모두 쫓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인데, 우리나라 경제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가 상무급 이상 임원들의 임금을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