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선박을 발주하면서 수주 가뭄에 허덕이던 국내 조선사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정부는 4조2000억원 규모 군함과 관공선 등 공공선박을 조기 발주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한진중공업은 조달청으로부터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발주한 500t급 경비함 5척, 1991억원에 달하는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5년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고속함(PKX-A) 사업에서도 1번함인 윤영하함의 기본설계와 건조를 맡아 해군에 인도한 바 있다. 이후 총 8척의 유도탄고속함 건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번에 수주한 차기고속정(PKX-B)은 200t급으로 400t급인 유도탄고속함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뛰어난 고속기동 성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전력화될 경우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도발 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1일 3400억원 규모 해군 호위함을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이번에 수주한 호위함과 같은 급인 대구함의 진수식 모습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042660) 역시 지난 11일 3400억원에 달하는 해군의 2800t급 신형 호위함(FFG-II) 2번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0년 말까지 건조해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신형 호위함은 길이 122m, 폭 14m, 높이 34m로 최대 속력은 30노트이며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해군 전투함 최초로 수중방사소음 감소를 위해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적용해 기존 2500t급 FFG-I급 호위함에 비해 잠수함 탐지능력 및 함생존성이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7척의 잠수함 수주실적과 함께 최신예 이지스함 등 44척의 함정 수주실적을 보유하는 등 국내 방산부문 최강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수주 절벽에 빠진 조선사들이 안정적인 일감을 계속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에 정부가 앞장서 공공선박 발주에 나서고 있어 한숨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이나 영국의 사례처럼 정부가 군함 등 공공선박 발주를 늘려 자국의 조선사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조선사 관계자는 “정부는 추경예산을 통해 이번 경비함 건조 예산을 확보해 내년 이후 나올 물량이 앞당겨졌다”면서 “여기에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까지 해양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높아지면서 정부의 군함 등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잇따른 선박 수주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4일 필리핀 국방부로부터 2600t급 호위함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107m, 폭 12m 규모의 다목적 전투함으로, 최대 25노트(약 46㎞/h)로 4500해리 이상의 항속거리를 보유해 원해 순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계약금액은 37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2척의 호위함을 오는 2020년까지 필리핀 국방부에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2400억원대 유조선 4척을 수주했다. 앞서 9월에도 LNG선 2척을 수주한 바 있다. 또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프로젝트도 사실상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FLNG 건조 입찰에서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에 갇혀있던 국내 조선사들이 정부의 공공선박 발주를 통해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글로벌 해운 조선 경기 회복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