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서 #그 어려운걸 최순실이 해냅니다

입력 : 2016-11-07 오전 10:13:20
실시간 검색어에 ‘청계광장’이 종일 오르내렸다. 지난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이 1번이냐”고 묻던 친구도 최순실이 누군지 안다.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최순실씨가 국가 기밀사안을 미리 받아보고, 청와대 인사를 좌우하는 등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 했다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은 민간인 최순실씨의 권력이 됐다. 대한민국이 제정일치 사회였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퍼졌다.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에 언론사는 매일 단독보도를 내는 ‘창조경제’를 이뤄냈다. 
 
 
사진/바람아시아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29일 청계광장에 주최 측 추산 약 2만 명, 경찰 추산 약 9천 명이 결집했다. 청계광장 근처에 있는 광화문 5번 출구로 향하는 계단부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청년은 “집회이긴 집회인가 보다 사람 진짜 많네” 라며 걸음을 옮겼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여성의 손에는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청계광장에 도착하자 차렷하고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겨우 허락됐다. 시야 끝까지 사람들이 빽빽이 있었다. “박근혜는”선창이 울리자 “하야하라” 라고 시민들이 소리쳤다. 선창과 후창은 정해지지 않고 자유롭게 퍼졌다. 시작도 끝도 없었다. 촛불을 든 사람은 타인의 머리카락이 타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용달 트럭 위에 올라가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사람들 틈에 끼어 나가지 못해 울상인 사람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군중이었다. 
 
“스탠딩 공연에 온 것 같아”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말했다. 집회는 마치 축제 같았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가사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세금을 내는 줄 알았는데 복채를 냈다”, “순siri 구속, 박근혜 퇴진”, “박근혜 KEEP CALM AND *UCK OFF" 등 다양한 피켓이 있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행진을 시작하던 중 투쟁본부 측에서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서 차벽이 세워졌으니 우회하여 모여 달라고 방송했다. 시위대는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르메이에르 건물 앞 도로에는 경찰차가 여러 대가 일렬로 세워져 행진을 막았다. 차벽에는 부적모양으로 “우주의 기운으로 박근혜 하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서너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차벽 사이로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차벽 사이로 지나가자 사람들이 비켜줬다. 경찰차벽 사이로 빠져나간 사람들과 우회한 사람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반대편에는 경찰들이 있었다. 오후 9시가 다 된 시간이었음에도 여전히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60개 중대 경력 4800명을 배치했다고 한다.
 
종로경찰서장이 방송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나라를 걱정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 방송은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닥쳐라”, “경찰은 비켜라”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방송을 할 때마다 야유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경찰차벽이 보이고 방송이 들리자 묘한 긴장감이 돌았지만, 잠시뿐이었다.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고 있는 쪽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찰의 방패를 빼앗았다. 방패는 파도 타듯 뒤쪽으로 넘겨졌다. “평화시위 합시다, 방패 돌려줘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시위에서 연행된 사람은 경찰관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참가자 한 명이라고 한다.
 
 
사진/바람아시아
 
 
지난해 이맘때쯤, ‘노동개혁’, ‘세월호 진상규명’, ‘농민문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정치적인 이유로 분노한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였다. 민중총궐기 집회가 예고되자 일부 언론사에서는 집회와 대학 논술고사가 겹쳐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혹자는 ‘전문시위꾼’들 이라며 집회 자체를 폄하했다. 고 백남기씨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물대포 직사를 맞아 쓰러진 후 지난달 25일에 사망했다.
 
그리고 2016년, 최악의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모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모인 것은 같으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경찰은 민중총궐기가 불법집회라며 물대포를 쐈다. 이번 촛불집회에선 경찰이 “불법집회이나 시민들의 협조에 감사드린다며” 보도성명을 냈다. 몇몇 사람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할로윈 파티를 즐긴 사람들을 비난했다. 매 집회마다 따라붙던 ‘선동’이라는 수식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순실씨가 그 어려운 ‘좌우 통합’을 해내셨다. 다만 고 백남기 씨를 ‘전문시위꾼’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민중총궐기 집회가 불법이라고 호통 치던 사람들이, 이번 촛불집회에 어떤 평가를 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불법 촛불집회’에 몸소 참여하셨다면, 자아분열이 의심된다. 
 
 
 
남경지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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