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또 흔들…권오준 회장 최순실에 휘둘렸나

"포스코, 항상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따라 다녀"

입력 : 2016-11-10 오후 5:07:26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과 함께 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005490)가 이번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최씨 측근인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광고 감독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검찰이 포레카 매각을 최종 결정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불러 강탈에 가담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최씨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대기업 총수다. 검찰이 이날 권 회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10일 서울중앙지검장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권 회장을 차은택 비리 관련해 11일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전날 이와 관련해 포스코 정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는 점에서 권 회장의 소환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권 회장이 차은택 비리와 관련해 깊숙이 개인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스코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를 공개 매각하기로 입찰을 시작했고, 중견 광고회사 A사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다. 
 
차은택 씨 등은 A사 대표에게 인수 후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A사 대표가 말을 듣지 않자 포스코 대상 광고 물량을 줄이거나 끊으면서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권 회장에게 “차씨 측의 포레카 인수에 협조해 달라”거나 “A사에 일감을 주지 말라”고 요구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권 회장의 지시나 묵인 하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차은택 비리 관련 11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포스코는 재계 6위의 기업이지만,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오명 탓에 늘 정치권이 회장을 간택한다는 게 업계에 공공연하게 소문나면서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권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바뀌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이 전신으로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했다. 때문에 포스코는 항상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되면서 정권이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로 변화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포스코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CEO 후보를 선발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적임자를 뽑기도 했다. 이는 외풍을 막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CEO를 뽑겠다는 포스코의 강력한 의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는 낙하산인사, 나눠먹기 등 정권의 희생양으로 용광로가 서서히 식어갔다. 권 회장은 강직하고, 정치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는 포스코에게 정부 정책이나 지원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인비리 등을 이유로 교체됐다”면서 “포스코 전 회장들은 모두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해고 이들중 일부는 지금도 재판이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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