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구글 지도 반출 허가 여부가 23일께 나올 예정이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팽배해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지도에 기반한 토종 업체들의 고사 우려와 세금, 규제에 대한 회피 의도 등으로 반출 허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17일과 22일 사이에 3차 협의체 회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시한이 오는 23일이기 때문에 이 안으로 반출 허가 여부가 확정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뉴시스=AP
외국 IT(정보기술) 기업이 우리 지도 데이터를 한국 밖으로 가져가려면 협의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글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로 가져가 기능이 대폭 축소돼 운영되는 한국판 구글맵(구글지도) 서비스를 정상화하고 싶다며 올해 6월 우리 정부에 반출 신청을 했다.
이 신청에 관한 법적 심사 기한은 애초 8월25일까지였지만, 지도 반출과 관련한 논박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기한을 11월23일로 미뤘다. 현행 민원 관련 법률에서 정부의 심사 기한 연기는 단 한 차례만 할 수 있다. 신청자인 구글과 추가 연기를 합의하지 않는 이상은 23일까지는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지도 반출이 성사되면 한국판 구글맵의 기능이 대폭 좋아지면서 일반 사용자와 구글맵을 온라인 서비스에 쓰는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글맵 기반이라 아직 한국 서비스가 안 되는 유명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의 국내 출시 길이 열리는 등 IT 시장의 다양성이 커지면서 혁신 촉진 효과가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 IT 업계 일각에서는 지도 반출로 구글의 우위가 너무 커지면서 내비게이션이나 위치정보서비스(LBS) 등 토종 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이 한국에 서버 사업장을 안 만들면서 세금 부과나 규제를 피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9일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선에 승리하면서부터는 통상 분쟁 변수도 일부 거론된다. 하지만 이또한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기우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협의체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한미 교역 관계 등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도 반출을 유연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 IT 업체들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측이 애초 구글·애플 등 자국 IT 대기업과 사이가 안 좋았던 만큼 구글에 유리한 처분을 해준다고 해서 한미 통상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