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투자자 신뢰 확보, 무한책임 인식 확산돼야

입력 : 2016-11-17 오전 8:00:00
지난 9월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던 한 상장기업이 대형 기술수출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한 후 하루 만에 다른 나라와의 수출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문제는 그러한 중요한 정보를 장 개시 전에 공시했다면 시장에 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음에도 29분동안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진 후에 공시한 것이다. 그때부터 주가는 연일 폭락했고 전날 발표했던 호재성 공시만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추락하는 주가 그래프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매도는 장개시 후 29분동안 대량으로 발생했다. 즉,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활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는 직원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형 상장기업에서 가능한 것일까.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불법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를 통해 차후 밝혀지겠지만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그들로부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내부통제와 준법감시가 기업에게는 비용만 발생하고 귀찮은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그 중요성에 대한 기업문화 정착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내부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기업의 임직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메뉴얼과 모범규준을 제정해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사전에 지득할 가능성이 높은 지위에 있는 임원에 대한 내부통제프로그램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최고경영진은 임직원의 법규준수 문화 정착에 최고의 관리책임이 있다. 최고경영진은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의 제작, 승인, 실행의 전 단계에서 깊숙이 관여하고 본인이 먼저 교육을 이수하므로써 준법문화를 확장시킬 수 있다. 내부통제 모범사례의 발굴과 이에 대한 적절한 포상과 모범 경영의 사내 전파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기업의 이미지 추락을 방지하고 내부정보의 불법 유출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투자자에 대한 무한책임의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기업들의 취약한 내부통제시스템(compliance)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체계적인 임직원들의 업무 수행과 정보의 흐름 파악으로 임직원들의 위법행위 또는 손해 발생 위험을 시스템에 의해 방지할 수 있는 제도다. 회사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업무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흐름을 원활히 해 사전에 위험으로부터 회사를 차단하는 것이다.
 
상법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상장법인에 한하여 준법통제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과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안해 규모가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을 낮춰 보다 많은 기업으로 하여금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비용보다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의 무형적 비용이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인식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아도 적절한 제재규정이 없어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하여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체제를 자발적으로 구축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준법지원인 자격 요건도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자격요건 위주의 형식적인 요건을 탈피해 기업의 다양한 위험관리에 관한 포괄적인 내부통제 경험을 구비한 실무형 인적자원을 보다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준법지원인의 직무권한과 범위도 이사회, 감사와 명확하게 구분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기업의 상장관리 주체인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미공개정보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의 사전예방을 위해 방문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상장법인 대표기구와 연계하여 최고경영자, 공시책임자, 공시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교육프로그램 활용으로는 앞에서 말한 기업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고, 상장기업 내부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진단해주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까지 권고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결과 이러한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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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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