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연말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난맥상이다. 경제부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경제팀 공백이 이어지고 있고,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초유의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청와대 인사라인이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질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현 경제상황을 챙기고 있는데, 거취가 불투명하다보니 내정자 신분인 금융위원장이나 경제부총리 모두 산하 기관장 인사를 못하고 있다.
이달 중에만 2명의 금융공기업 CEO 임기가 만료된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홍영만 이사장의 후임으로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내정된 상태다. 지난 7일 금융위가 문 내정자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무소식이다.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2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행을 밝히면서 사임했다. 예탁원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일찌감치 구성했지만 후보자 공모 등 선임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외부 공모 등 형식적인 인선 절차가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재가를 받아야 한다"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임기가 끝난 CEO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는 권선주 기업은행장(12월27일)을 비롯해 이광구 우리은행장(12월30일),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2017년 1월13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2017년 3월5일)의 임기가 차례로 만료된다.
기업은행장 자리에는 그동안 많은 낙하산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체된 상황이다.
내달 초쯤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릴 계획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은행 단독으로 행장 후보를 추천하기는 어렵다. 기업은행장 역시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선임한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후임으로는 기재부 출신 공직자를 비롯해 관료 출신 인사가 거론되지만 청와대에서 직간접적으로 재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으로 분류되지만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정부 지분을 쪼개파는 방식으로 민영화 1단계를 마무리하면서 금융당국이 "차기 은행장 선임을 과점주주들에게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행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내부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과점주주로 참여한 대부분이 국내 금융기관이라 관치금융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명제청권이 있는 금융위원장은 경제부총리로 내정됐고,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는 혼란을 겪고 있어서 공기업 CEO 인선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며 "거론되는 외부인사가 없다보니 내부 출신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윗선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지, 자율성을 찾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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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