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용시장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정상 범위 이하에 머물고, 이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업체들은 빚만 늘어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9월 중소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72.6%로 집계됐다. 올 2월 72%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평균가동률은 기업이 갖고 있는 생산설비의 월간 생산능력 대비 해당 월의 평균 생산 비율을 말한다. 생산설비의 이용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경기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평균가동률은 80%가 넘어야 정상가동으로 보고 있지만 정상치를 밑돈지 오래다. 소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직원 5~49명인 소기업의 경우 9월 평균가동률이 69.7%로, 70%대에도 못미쳤다.
경기도 파주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공장을 정상 가동했을때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며 "경기가 계속 안좋아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부채 역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7조3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6000억원 늘었다. 대부분은 중소기업의 대출액이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92조8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대기업은 164조6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어난 데 그쳤다.
설상가상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이 높은 비은행 기관을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국내 중소기업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잔액이 1년 새 25% 가까이 급증한 것. 지난 8월 국내 중소기업의 비은행 기관 대출금 잔액은 72조163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7조8171억원보다 24.8%(14조3463억원) 증가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 파업 등 대기업의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중소기업에 영향을 끼치면서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신흥국 경기부진과 저유가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수출부진까지 이어지는 등 대내외 여건이 안좋아지면서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결과를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C~D등급) 기업으로 175곳을 꼽았다. 올해에는 200여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으면 워크아웃, D등급을 받으면 법정관리나 청산절차를 밟는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