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조선시장을 호령하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한 때 꿈의 직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과거의 명성은 옛말이 돼 버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3사에서 총 1만60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경기불황 여파로 고용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4110명, 삼성중공업 1795명, 대우조선해양 676명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사에 인력축소의 칼바람이 집중됐다. 조선 3사가 포함된 조선·기계·설비업종 근로자 9000여명의 인력이 이탈했고, 20개 조사대상 업종 중에서도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에 건설한 세계 최초 FPSO 전문 'H도크' 전경이다. 사진/현대중공업
여기에 금융감독원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9월까지 직원 평균 급여는 4776만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20만원이 줄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직원의 임금축소 및 수당을 대폭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직원 전체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동참하면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축소했고, 연월차 사용 독려, 고정 연장근무 폐지 등으로 평균 급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 5월부터 고정연장근무를 폐지하면서 연장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꼭 필요한 상황에 한해 연장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마저도 수주절벽으로 일감이 줄면서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올해 직원 평균급여가 4900만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약 400만원 가량 축소됐다.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 차원에서 부장급은 20%, 차장과 과장급은 15%씩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해 3분기까지의 평균급여가 4400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질 평균 급여는 이보다 훨씬 낮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비노조 부장급 이하 사무직 직원들은 지난 7월부터 10%씩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조선 3사의 지난 2014년 평균급여와 비교하면 올해 무려 800만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임단협 타결 직후 지급되는 격려금 등이 축소됐거나 폐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이전 조선산업이 좋았던 시절과 같은 대우는 당분간 오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분사를 통해 다른 업종으로 편입 되는게 미래를 위해 좋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처우가 악화되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비조선 부문 분사가 직원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각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정했다.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 해양,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해 독립경영체제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번 분사 계획의 목적은 주력 사업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의 주력인 조선·해양 부문과 이와 연관된 엔진 부문을 한데 묶어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를 제외한 비조선 부문은 모두 나뉘어져 독립 회사로 운영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과도하게 많은 사업부에서 파생되는 비효율성으로 기업가치 산정의 떨어졌지만, 분사를 통해 기업가치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현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 역시 "조선·해양·플랜트에 편중된 역량을 기업구조 재편을 통해 합리적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긍정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