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이달 들어 기관투자자가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각되면서 매도세를 확대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메우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11월1~18일) 양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약 2조1483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998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497억원 규모의 ‘사자’세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신, 보험, 연기금 등 기관 모든 주체가 이달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이달 양시장에서 투신은 483억원, 보험 3661억원, 연기금 5682억원, 은행 740억원, 금융투자 1조1366억원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기관의 이 같은 매수세는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메우며 증시 하락세를 방어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193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09억원 순매도하며 1조7702억원 ‘팔자’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10개월 만의 매도 전환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증시의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이 11월 들어 순매도로 전환하고 있는 반면, 매도 주체였던 국내 기관은 순매수로 선회하고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이 수급 주체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재정정책 확대 기대가 커졌고 이로 인해 미국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주요국 시장 금리 상승과 신흥국 통화 약세는 차입 비용 증가와 환손실 부담을 키우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주식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5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고 규모 또한 확대해가고 있는 연기금의 매매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매수여력, 연말 배당을 감안할 때 향후 수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연기금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그중에서도 연말 순매수 강도가 강했다”며 “올해 월평균 순매수규모는 25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평균 637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39% 수준으로 연말까지 대기 매수물량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연기금이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은 유가증권시장에 6조9000억원, 코스닥시장에 400억원 등 약 7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외국인의 순매도에 따른 지수 하락을 방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관 매수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기관의 매수는 일정부분의 밸류에이션 하단부분에 왔을 때 지수 방어차원에서 자금집행이 이뤄지는 성격이 강했었고, 지난주 후반 들어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축소되고 기관은 이틀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국인과 주고받는 수준은 아직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다”면서 “연말까지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전반적인 매수주체에 대한 공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