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검찰이 SK그룹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SK그룹 압수수색은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검찰은 24일 광화문 SK본사 서린빌딩 30~31층에 위치한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SK는 앞서 지난 12일과 13일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태원 회장이 각각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김 의장이 수감중인 최 회장을 대신해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이유로 SK만 유일하게 두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SK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계 조사에서 특히나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출연했고, 면세점 선정과 최 회장 사면 등이 대가성 특혜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첫번째 의혹은 최 회장 사면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한류 확산과 문화·스포츠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설립에 기업들이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그룹 총수 7명과 독대했고, SK는 김 의장이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재벌회장 중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시기상으로 김 의장의 대통령 독대 후 이뤄진 사면이라 대가성 특혜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재원 부회장도 지난 7월 가석방되면서 공식적인 경영 복귀를 준비중이다. SK그룹 측은 재단 기금출연과 최 회장 사면은 관계 없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두번째는 면세점 특허 논란이다. 관광객 증가 수치에 따라 추가 면세점 특허 여부를 결정하는데, 기준이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허 추가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와 SK가 재단 출연금 외 추가 출연 요구를 받았던 만큼 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SK는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오히려 기존 라이선스를 반납해 특혜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번째 의혹은 모금 규모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에 총 111억원을 냈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순위에 따라 모금을 했던 관행에 따랐다면 LG그룹과 비슷한 수준이어야 했다. 하지만 LG그룹은 두 재단 출범에 78억원을 출연해 SK그룹이 지나치게 많은 수준을 출연한 점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정식 출연금 외에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80억원의 출연 요구를 받은 점 역시 대가성 특혜 의혹에 힘을 싣는다.
네번째로는 SK측이 올해 4월 80억원의 추가 출연 요구를 거절하고, 금액을 30억원으로 낮춰 역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점이다. SK의 거절이 당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성사될 경우 불공정 행위 등 각종 폐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주식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SK측은 재단 기금 출연과 여타 의혹들 간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끝내 검찰 압수수색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편,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5년 만이다. 지난 2011년 11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이 SK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SK 본사 서린빌딩.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