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시민들이 참여한 제5차 촛불집회는 거대한 촛불만큼이나 또 한 번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촛불집회 이후 너나 할 거 없이 나서서 쓰레기를 치웠다. 때문에 촛불집회가 끝난 지난 26일 자정 서울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 일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한쪽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집회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 몇몇은 쓰레기를 가져오면 핫팩으로 교환해준다는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집회가 끝나고 발생하는 쓰레기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청소인력 306명, 청소장비 30대를 투입했고, 공공용 쓰레기봉투(100ℓ) 4000장을 배부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150여만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가했지만 별도의 폭력사태나 중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연신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이 세운 차벽에 다시 한번 ‘꽃 스티커’가 붙으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꽃 스티커’는 미술가 이강훈 작가가 경찰에 저항하는 의미로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지난 19일 4차 주말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했다. 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세븐픽쳐스’는 스티커 제작비를 모아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붙이게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을 때리기보다 꽃을 붙여주니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며 “어떻게 다 뗄지 걱정돼 쉽게 떨어지는 것만 떼고 나머지는 그냥 두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는 “이번에는 잘 떼어지는 스티커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성신여자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쓰레기를 핫팩과 교환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