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오는 12월1일 신분증스캐너 전면 도입을 앞두고 정부·이동통신 3사와 유통망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통3사가 신분증스캐너를 보유하지 않은 유통점에서는 신규 개통을 막겠다는 방침을 전달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통3사는 오는 12월1일부터 신분증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은 유통점에서는 신규 개통이 불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침은 지난주 중 유통망에 뿌려진 상태다. 신분증스캐너가 없는 유통점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셈이다.
신분증스캐너는 이통 유통망에서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될 예정이다. 여기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발생할 수 있는 명의도용으로 인한 불법 가입자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신분증스캐너 도입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3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주도하고 있다. 당초에는 10월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유통망의 반발에 시행 시점이 12월로 미뤄진 것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판매점을 방문해 신분증 스캐너 운영상황 점검하고 있다.사진/방송통신위원회
이통 유통망은 여전히 신분증스캐너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신분증스캐너의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강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신분증스캐너는 2주전 주말과 지난 주말에도 시스템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통 유통망 관계자는 "신분증스캐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정부와 KAIT는 의무 도입을 강제화 하고 있다"며 "이통3사까지 신규 개통 불가를 선언하면서 신분증스캐너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통3사가 신분증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은 판매점에 수수료를 차감하거나 환수하겠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통 유통망에서는 신분증스캐너 도입에 반대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7일 현장 점검 자리에서 "이통사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신분증스캐너 도입의 문제점은 방통위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신분증스캐너 도입 취지와 달리 이통 유통망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통 유통망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 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유통망에서는 그러나 방통위의 의견 수렴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지 의문을 갖고 있다. 이통 유통망 다른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이야기와 달리 이통3사가 신분증스캐너 미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직접 전달한 상황"이라며 "신분증스캐너 강제 도입에 따른 법적 대응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