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K뷰티의 성장 엔진이었던 중국 시장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거세진 중국의 정치적 반발이 전방위적 비관세 장벽으로 나타나며 K뷰티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로컬 화장품 업체의 공습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국내 후발주자의 등장으로 좁아지는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힘들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 산업 전반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20% 줄이도록 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 달 만에 한류 전면 금지령을 시행하고 나섰다. 여기에 연초부터 한국 제품에 대한 통관절차와 위생허가 기준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화장품 업계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면세점을 통한 매출이 우선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면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로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국향 매출이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율은 이미 확연히 줄었다. 월별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율은 지난 8월 70.2%에서 9월 22.8%. 10월 4.7%로 급감했다. 이번 달에는 유커가 오히려 줄어들며 작년보다 1% 적은 5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3년 사이 중국인 입국자수가 감소한 것은 작년 메르스 사태 때가 유일했다.
유커 위축은 면세 화장품 판매 성장률 감소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의 면세점 매출 증가율은 각각 76.5%와 79.1%로 유커 증가율 85%을 밑돌았다. 양사의 면세점 매출 증가 속도가 유커 증가 속도를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적인 중국 화장품 수출 증가율도 꺾였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누적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31%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이 100%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한국 화장품 전반에 걸친 폭발적인 수출 증가가 있었지만 올해는 중국의 위생허가 강화와 관련된 세제개편, 사드 이슈 이후 중국 내 수입 화장품에 대한 통관절차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관과 위생허가 강화에 따른 피해는 중소형 업체에 집중됐다.
잇츠스킨(226320)은 중국에서 '달팽이크림' 위생허가를 받지 못하며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가 10%, 26%씩 줄었다.
코리아나(027050) 화장품도 통관 강화 등의 영향으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0%나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곳은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수는 2012년 1300개에서 2015년 2017개로, 제조판매업자수는 1810개에서 6422개로 급증했다.
최근에도 빙그레가 올리브영과 손잡고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을 출시했고, 이랜드가 아동용 화장품 '더데이걸즈'를 선보이는 등 식품·의류 업계의 화장품 진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K뷰티에 대한 호감이 높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제재가 있어도 기회를 찾으려는 분위기"라며 "위생허가 등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는 신생업체들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