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소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전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온라인 유통, 프리미엄 제품 등 일부 영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소형 가전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전형적인 선진국형 시장으로의 이동이다.
코트라는 30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가전시장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온라인 가전 거래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온라인 구매가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상반기 온라인 가전 매출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금액을 넘어섰다. 춘제, 노동절 등 주요 판촉행사 기간 사이 매출액이 2배 이상 늘어난 덕분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체험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온라인 구매 비중을 높이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업체별로는 JD닷컴이 44.9%의 판매 점유율(수량 기준)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이어 텐마오(36.1%), 수닝이거우(6.5%), 궈메이온라인(5.9%) 순이었다.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2만위안(약 340만원) 이상 고가 제품의 판매 증가율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 부진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가전시장 조사기관 중이캉에 따르면, 냉장고의 경우 프리미엄 모델로 분류되는 양문형과 다문형의 판매 비중이 2011년 8.9%에서 올 1분기 32.2%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TCL, 창훙, 거란스, 메이디 등 중국 주요 가전 업체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스모그 등 극심한 환경 오염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는 소형 가전의 새로운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발전의 여지가 큰 소형가전 영역이 삶의 질에 신경을 쓰는 중산층과 만나 시너지를 내는 형국이다. 시장 성장 가능성도 밝다. 6월 말 기준 소형 가전으로 분류되는 생활용 가전제품과 주방용 가전제품의 판매 비중은 각각 16.7%, 11.7%로, TV·냉장고·에어컨 등 대형가전(71.6%)에 크게 못 미쳤다. 또 도시 가정의 소형가전 보유량은 평균 10개로, 한·일 양국 평균치인 22개보다 월등히 적었다.
중국IT동력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전체 생활용 가전제품 판매에서 55.2%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했다. 스모그 발생률이 높은 가을과 겨울에 판매가 주로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연중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수기와 정수설비도 17%의 점유율로 환경에 민감한 트렌드를 반영했고, 스팀다리미는 14%의 높은 평균가격 상승률에도 6.2%의 점유율로 5대 제품군에 이름을 올렸다. 주방용 가전제품 중에서는 착즙기가 26.6%의 판매 점유율로 가장 높은 인기를 보였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이 시장의 흐름마저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