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재무탐정의 자산관리)는 KTB투자증권 원강희 리스크관리실장(상무)과 증권부 김보선 기자가 금융투자의 트렌드를 이론과 실전에 걸쳐 다양하고 쉽게 얘기나누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저가주'에 투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략과 함께 살펴봅니다.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소형주와 저가주의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저가주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가주란 가격이 저렴한 주식이죠. 이를테면 주당 1만원이나 2만원 이하의 주식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가격이 싸서 투기적 매력을 갖게 된 주식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이 1만원에 거래된다면 액면가의 20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이 10만원에 거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저가주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 것입니다.
종목투자는 기업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요, 단순히 수학적인 개념에서 저가주식이 갖는 점이라면 어떤게 있을까요?
저가주의 수학적 장점은 명확합니다. 만일 제가 100원짜리 주식을 1주 샀다고 하면 제가 잃을 수 있는 실의 양은 100원으로 제한되지만 돈을 벌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무한합니다. 터무니 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러한 매력은 콜옵션을 사면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콜옵션은 내려갈 가능성은 제한되어 있고, 올라갈 가능성은 열려있는 금융상품입니다. 이러한 수학적 장점 때문에 우리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콜옵션을 사게 되는 것이죠. 저가주도 이러한 콜옵션과 유사한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저가주를 사면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워런 버핏의 스승이었던 벤자민 그레이엄은 개미투자자들은 저가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주식을 사지 못하고, 작전이나 다른 사람들의 귀띔에 휘말려 가짜 저가주를 사기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진짜 저가주와 가짜 저가주는 어떻게 다른가요? 좋은 저가주의 사례가 있다면요.
진짜 저가주는 지금은 손익이 별볼일 없어도 나중에는 큰 이익이 날 수 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예를들어 2009년의 기아자동차 주식은 주가가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순이익 때문에 6000원에서 900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아차의 2009년말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이 17조에 달하고 매출은 18조가 넘었습니다. 그 당시의 엔화대비 낮은 환율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아자동차는 2008년 이전에는 주당순이익이 매우 적었습니다. 2008년말에도 주당순이익은 328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엔화대비 한국 원화의 환율이 높아지면서 2009년말 주당순이익은 3716원으로 뛰어올랐고 2012년 말에는 9545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는 2012년 8만40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주가가 약 10배 상승한 것이죠. 만일 주식이 아닌 2009년에 발행된 워런트를 투자했다면 대충 36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가짜 저가주는 주가가 상승할만한 잠재력 자체가 없는 주식을 말합니다. 실상은 고평가 되어 있는데 액면가가 낮아서 가격이 싸 보이거나, 재무 상태가 좋지 않고 기업전망이 나빠서 가격이 내려갔거나, 아니면 사업전망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연명을 위해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이나 잦은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효과로 주가가 낮아진 경우입니다. 이런 주식들은 가짜 저가주입니다. 그런데 개미투자자들이 이런 주식들을 사는 이유는 주로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꼬드김 때문입니다.
국내 저가주의 최근 성과는 좋지 않습니다. 저가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다면 장기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시장상황 등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하나요?
저가주 투자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저가주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느냐 입니다. 둘째 그 주식을 억눌렀던 상황이 변할 수 있느냐 입니다. 즉, 어떤 회사가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또한, 경기가 좋아지면 회사의 자산 규모나 매출이 커서 경기 회복의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회사를 골라야 할 것입니다.
단, 이러한 턴어라운드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주가가 더 떨어지기 힘들다 할 때 매수하여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가주를 사는 것은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 투기가 나쁜의미에서 투기인 것은 아닙니다. 보장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이익을 볼 확률이 높은 대상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에서 투기라고 일컫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투자는 초보자 보다는 경험이 많고 전문적 지식이 있는 주식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 뉴스는 2016년 11월 29일 (16:10:44)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