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이 많았던 국내 증시에 예상 밖 호재가 생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08년 이후 8년 만에 전격 감산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회의 전까지만 해도 감산 가능성은 50대 50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감산이 된다면 유가 상승과 함께 신흥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유가가 상승해 원유 생산국들이 많은 신흥국 증시가 오른다면 국내 증시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후 회의 직전 러시아의 회의 불참 소식에 감산 기대감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OPEC은 무려 8년 만에 비OPEC 회원국들과도 함께 감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국제유가의 9% 급등에도 코스피는 보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OPEC 회원국들이 협의 후에 약속을 어긴 적이 많았던 만큼 OPEC 회원국들이 실제로 합의에 이행할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셰일가스 부상에 대한 우려감도 함께 제시돼 유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국내 증시의 경우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내외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가 상승 호재를 모두 상쇄시켜 버렸다고 지적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야 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시시점과 관련해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내다봤고 앞서 OECD는 2.6%로, 모건스탠리의 경우 가장 낮은 2.3%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이탈리아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제2의 브렉시트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도 계속해서 제시된다.
이탈리아의 투표와 연준의 12월 FOMC회의와 관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 이슈 뿐 아니라 국내 문제들까지 복잡하게 엉키며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과연 코스피는 언제 박스권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성문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