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충족 시장 해결하는 의약품 개발할 것"

(인터뷰)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
국내 최초 알레르기 진단 키트 개발…한번에 64종 측정 키트 '특허출원'
"항체진단·암 조기진단 키트로 세계 시장 진출"

입력 : 2016-12-0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과 환절기,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 등 알레르기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프로테옴텍은 한번에 64종류의 알레르기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기존의 알레르기 진단 키트가 20~30종류를 진단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획기적으로 종류를 늘린 것이다. 기존 제품보다 오류 가능성을 줄인 임신진단기 트리첵도 이달 내놓는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로 항체진단키트인 '이뮨첵'과 암 조기진단 키트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2018년 상장예정인 프로테옴텍은 백신과 단백질 의약품까지 미충족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프로테옴텍의 임국진 대표는 LG생명과학에서 23년간 근무하며 백신 연구 개발팀장과 진단의약품 연구사업팀장을 역임했다. 국내 최초로 재조합 B형 간염백신과 Hib 백신, C형간염진단키트, 말라리아 항체 키트 등을 개발했다. 이후 2000년 세 명의 연세대 교수가 설립한 프로테옴텍을 인수했다. 프로테옴텍이라는 기업명은 단백질을 연구하고 질병과 관련된 물질을 연구하는 학문인 '프로테오믹스'에서 따왔다.
 
임 대표는 LG생명과학 재직 시절 국내 최초로 알레르기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그는 기존의 알레르기 키트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종류의 알레르기를 측정할 수 있는 다중진단 의료기기(진단키트)인 '프로티아 알러지-큐64'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알레르기는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세계 인구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테옴텍에 따르면 현재 알레르기 진단시장 규모는 국내는 250억원, 세계적으로 2조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한국과 중국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15~20%정도로 추정된다. 피부에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직접 주사하는 식의 진단방식 시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프로테옴텍의 알러지 진단 키트가 포함된 알러지 다중진단 (Multi Allergy Screen Test·MAST)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알레르기는 체내에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대해 IgE 항체라는 특이항체가 생성돼 이것이 알레르기 원인물질과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임 대표는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 과민성 질환으로, 기생충에 저항하던 항체가 과민반응으로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생성되고 반응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생환경이 개선질수록 알레르기 질환은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알레르기 검사는 사람의 몸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 20~30종류를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 있지만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체외 진단기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가지 알레르기만을 측정하는 키트가 개발됐지만 20~30개의 알러젠(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동시에 측정하는 다중 검사방법으로 발전했다.
 
프로테옴텍은 '병렬식 라인형 다중진단 기술'을 이용해 64가지 이상의 알러젠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특허도 출원했다. 키트에 알레르기 측정라인을 병렬로 배열해 측정 가능한 알러젠 수를 늘렸다. 하나의 키트로 기존에 비해 2~3배 더 많은 종류의 알레르기를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키트는 총 5개로, 음식물 2종, 호흡계 알레르기 2종,아토피 등이 있다. 최근 세계 최초로 한약재 알레르기 진단키트 허가를 획득했다. 총 134종류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는 안국바이오진단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회사는 집계하고 있다. 목표는 해외 시장 진출이다.  두바이 국제의료기기전(Arab Health),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박람회(Medica) 같은 세계적인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현재 이란, 이라크, 대만, 스리랑카, 인도 등의 해외 파트너를 확보해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알레르기 키트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 임 대표는 "알레르기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달라 다양한 종류의 알레르기 키트를 만들 수 있어 그 종류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가 지난달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6'에서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로테옴텍
 

프로테옴텍은 알레르기 진단키트 이후 '정량성 래피드 테스트 기술'을 이용한 항체 정량 진단키트인 '이뮨첵(Immune Check IgG)'과 임신진단키트인 '트리첵'을 준비하고 있다. 트리첵은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량성 래피드 테스트 기술이란 기존의 면역검사 진단키트 방법에 농도의 고·저를 구분할 수 있는 분석기술 접목시킨 것이다. 호르몬이나 단백질의 유무뿐 아니라 농도까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중에 유통되는 임신테스트기의 경우 hCG호르몬을 검사해 임신 여부를 알수 있지만, 이 호르몬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시그널이 약해져 오히려 '음성' 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는 임신이 꽤 진행돼있는 상태임에도 임신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을 '후크현상(Hook Effect)'이라고 부른다. 프로테옴텍은 후크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임신 테스트기에 확인 창을 추가로 설치해 이러한 불편함을 줄였다.
 
같은 원리를 적용해 항체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만들었다. 프로테옴텍의 이뮨첵은 세계 최초의 항체 측정용 현장 진단 키트로,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혈액을 대량 채취해 종합병원의 전문 검사실에 보내 결과를 받아보았지만 이뮨첵을 이용하면 극소량인 5㎕(마이크로 리터)혈액으로 20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 키트에 표시되는 항체 농도를 통해 건강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항체 농도가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으면 백혈병을 의심해볼 수 있어 간단한 검사만으로 중대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이 키트를 사용하면 항체 농도를 통해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항생제 과잉 처방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뮨첵은 알레르기 키트, 임신진단키트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라 시장을 개척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임 대표는 "세계 최초 제품을 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생명공학연구소와 협력해 암 조기진단 기술개발도 마친 상태다. 혈액을 통해 이상단백질에 의한 암 특이항체를 측정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세계적으로 유방암 조기진단 키트는 개발되지 않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임 대표가 프로테옴텍을 인수한 이래 2011년(2억8000만원)부터 지난해(11억원)까지 회사는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 없다. 단백질의약품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부 지원과제 사업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임 대표는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을 활용한 제품 상용화 비율이 100%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소규모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의약품 분석 서비스는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내부 연구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평소에는 제품화 아이디어를 모아 두고, 기술 역량을 키우면서 정부 지원 등 연구비를 조달 받게 되면 개발에 착수하는 식이다.
 
임 대표는 제품개발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LG생명과학 시절 국내 최초로 간염백신을 개발했던 일을 떠올렸다. 임 대표는 "간염 백신 '유박스-B'을 개발한 후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에 공급하면서 그간 GSK가 독점하던 고가의 간염백신 가격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려 백신사업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진단키트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백신, 단백질 의약품도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임 대표는 "단백질 기반 기술로 미충족 시장(Unmet need)을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의 의료품을 개발하겠다"고 자신했다. 2018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가 지난해 열린 '장영실상 시상식'에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들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프로테옴텍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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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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