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사업이 최순실 게이트 시작"

대통령 한마디에 대기업이 주도…김경진 "민관협의회, 모금 창구 의심"

입력 : 2016-12-04 오후 4:52:40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박근혜 정부 초기에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급작스럽게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는 등 창조경제사업이 사실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이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대기업과의 자금 모금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4일 “정권초부터 2014년 8월까지 창조경제에 대기업은 없었는데 2014년 9월2일 대통령이 갑자기 대기업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14년 3월7일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열고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운영방안’을 의결했다. 이때만 해도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창조경제와 관련된 사업은 ‘지역 주도, 지역 내 혁신 역량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이 중심이었다. 당시 대기업은 창조경제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당시 안종범 창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국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대1로 매칭시켜,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SK텔레콤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등 특정 대기업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지역별로 할당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것은, 사전에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특정 대기업을 특정 지역으로 매칭시키는 작업을 벌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해당 대기업과도 일정 부분 상의가 완료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대기업 할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미래부 관료들의 증언이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이후 9월4일 당시 이석준 미래부 차관은 전경련 회관 3층 에머랄드룸에서 대기업 관계자들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참석했다.
 
이어 같은해 9월12일 프레스센터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15개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자체·대기업 합동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역과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창조경제 사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2014년 미래부의 연두 업무계획에도 없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기업 매칭을 언급한 이후 2주만인 2014년 9월16일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을 다시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고, 센터장도 테크노파크 본부장에서 삼성전자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어 10월 10일에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다시 개소식을 열었고 박 대통령과 구자영 SK 부회장이 참석했다.
 
안종범 수석은 정책조정수석으로 자리를 바꾼 뒤에도 대통령 훈령까지 변경해가며 창조경제민관협의회에 계속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에 삼성이 120억원, 현대자동차가 116억원, KT가 133억원, 한화 62억원, LG 76억원 등 총 7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SK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하는 사업을 직접 집행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안종범 수석이 주도한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지난해 초부터 대기업과의 자금 모금 역할을 하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을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방식이 연달아 이어진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는 당장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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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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