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사들이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수출보다 내수 실적에 따라 올해 제약사 매출 순위가 엇갈렸다.
업계 1위 유한양행은 외산약 등 도입약물 비중이 약 70%를 차지했다. 종근당은 올초 처방액 2500억원대 규모 외산약을 도입해 순위가 3위로 뛰어올랐다. 종근당에 외산약을 뺏긴 대웅제약은 순위가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기술이전료 유입으로 반짝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은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토종신약의 해외진출 성과보다 외산약으로 키운 내수 매출이 제약사 순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내수 실적 비중은 유한양행이 81%, 녹십자가 83%, 종근당이 95%, 대웅제약이 89%, 한미약품이 78%를 기록했다. 해외진출과 R&D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위사들도 내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100억원 매출에서 80억원 정도가 내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실적이라는 계산이다. 난해 국내 상장 제약사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내수 시장 비중은 약 80%로 추정된다.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병과 같은 내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무렵부터 복제약과 내수 위주 제약산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했다. 복제약 약가를 대폭 떨어뜨리고 R&D 중심의 제약사에게 각종 우대정책을 실시했다. 정책적 변화에 따라 전문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자 제약사들은 자구책으로 해외진출과 신약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2011~2015년 국내 제약사의 기술수출 건수는 63건에 달한다. 지난해 한미약품을 포함해 총 9조원대 26건의 기술수출이 성사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술수출 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가 임상 단계별로 기술료(마일스톤)을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해외 매출 비중 반영이 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해외진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내수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토종신약들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등 해외진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점진적으로 내수 시장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