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영리병원 도입 '헛바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용역결과 '대리전' 양상..새 불씨될 듯

입력 : 2009-12-15 오후 2:20:39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이명박 정부가 출범초부터 내세웠던 영리병원 도입이 별다른 진전없이 꼬여만 가고 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사업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부처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제자리 걸음중이다.
 
특히 꼬인 실타래를 풀기위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했지만 15일 공개된 연구 결과는 용역을 맡긴 부처의 이해관계에 맞게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오히려 양 부처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특히 이번 결과에 따라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5월29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에 대해 각각 한국개발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공동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결과는 6개월간의 연구 조사를 통해 지난달말 해당 부처에 각각 보고됐다.
 
◇ 6개월간의 연구용역도 '뽀족한 수' 아냐
 
공개된 연구용역 결과 내용이 발주 부처에 따라 극과 극이다.
 
이는 용역 발주 당시에도 어느 정도 우려됐다. 결과적으로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이 진행된 지난 6개월간 영리법원 도입은 제자리걸음한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용역을 도맡아 진행해왔던 KDI는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발생되는 생산유발 효과가 24조원에 달하고 일자리는 21만개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이 국익이 도움된다는 재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민의료비는 7000억~2조2000억원 가량 늘지만 생산유발 효과는 1조3000억원~4조원, 고용창출 효과도 1만~3만1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연구기관으로부터 용역결과를 보름전 보고 받았지만 발표는 자료로 대체됐다.  
 
견해차가 큰 만큼 이들부처는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됐던 브리핑 계획마저 돌연 취소했다. 
 
전날 진행된 재정부의 사전 브리핑에서도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부처간 갈등의 골이 치료 불능 상태까지 달한 탓이다.
 
재정부가 (부처간)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생략한 채 "(영리병원 도입문제는) 속도만 남았다"고 한 반면 복지부는 아예 입을 꽉 다물었다.
 
최상목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복지부하고는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남은 것은 속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복지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거친 후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재경부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도입보다 제도적 보완에 신경쓰고 있고, 재정부는 도입에 주안점을 두면서 부처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영리법원 도입,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나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익집단의 참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돌출 발언이 논란의 불쏘시게 역할을 했다.
 
최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아직도 비영리 의료법인과 비영리 교육법인에 얽매여 있어 말만 서비스업이라고 했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복지부의 눈총을 살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복지부 관계자는 최 장관의 언사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규모로 운영되는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영리병원 도입시) 민간의 의료비 부담이 늘면서 계층간 의료격차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이 자칫 지역간 불균형을 보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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